사회
김주하의 8월 24일 뉴스초점-낮잠자는 정부 앱
입력 2018-08-24 20:15  | 수정 2018-08-24 20:52
'다른 사람이 몸을 만지려고 하면 그 자리를 벗어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피하라.', '체육활동 중 사고가 나면 선생님께 먼저 알려라.', '화재가 나면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속히 대피하라.'

유치원생도 다 알만한 이 내용은 '안전한 학교생활'이란 애플리케이션에 있는 겁니다. 수준이 이 정도이다 보니 학생들에겐 딱히 필요 없지 싶은데, 교육부가 만들어서인지 중학생에게까지 설치를 권하고 있죠.

뭐 내용이야 보강을 하면 되겠지만, 기능이 문제인 건 어찌해야 할까요.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을 받는 훈련생이 출석체크를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앱이 걸핏하면 오류가 나 아예 출석체크를 못하거나, 머리에 쓰는 별도의 보조 기기가 없으면 사용이 불가능한 VR과 AR 앱을 떡 하니 개발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만든 45개 앱당 하루 평균 다운로드는 채 1건이 안 됩니다. 그 덕에 6억 3,200만 원이란 세금만 날아가게 생겼죠. 또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앱 역시 49개 중 절반 가까이가 1천 건도 다운되지 않은 데다, 심지어 다운이 100건도 안 된 게 4개나 있었습니다. 여기엔 무려 24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죠.

'변화하는 통신환경에 발맞춰 질 높은 모바일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2010년부터 정부기관과 지자체, 각종 공공기관은 스마트 정부를 내세우며 앞다퉈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지만, 7년간 개발된 이 2천여 개의 공공앱은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고속도로 교통정보나 청각 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는 수화 앱같이 이용자도 많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게 있는 것도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죠.

지난해까지 행정자치부는 공공기관 앱 가운데 사용이 저조한 816개를 폐지했습니다. 그렇게 또 날아간 우리 세금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단 한 번이라도 세금이 아깝고, 국민의 눈이 두렵단 생각을 한다면 '한 건 했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허투루 쓰지는 않을 겁니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고민하고 쓰는, 그래서 내가 낸 세금이 아깝지 않은 진짜 스마트한 행정, 좀 보여줄 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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