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인 편의점 `열풍`…이마트24·CU·세븐일레븐 방문해보니
입력 2018-08-24 12:57 

서울 중구 소공동의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물건은 팔지만 사람은 없다. 쇼핑도, 계산도 모두 스스로 하면 된다.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대신 24시간 움직이는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지난 21일 신용카드로 인증 절차를 거치고 서울 중구 소공동의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을 들어가자 텅 빈 계산대가 눈에 띄었다. 사람이 서 있어야 할 자리에 기계와 계산 방법을 고지한 안내서가 놓여있었. 전 세계에 부는 무인(無人) 편의점 바람에 발맞춰 국내 편의점 업계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신용카드나 후불교통카드를 이용해 출입 조회를 해야한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서울 중구 소공동의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은 기존 편의점 형태를 갖추되 입장을 위해 신용카드나 후불교통카드를 출입문 오른편의 단말기에 인식시켜야 한다.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는 입장할 수 없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선 무인점포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살 수 있다. 대신 담배자판기가 따로 마련돼 있어 다시 카드를 인식시키고 구매해야 한다. 현행법상 무인으로 판매할 수 없는 주류는 제공하지 않는다.
담배를 제외한 상품은 자유롭게 담은 뒤 계산대 앞에서 바코드를 직접 인식시켜 계산하면 돼 간편하다. 결제에 어려움이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다면 24시간 운영하는 도움전화 서비스에 연결하면 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점포의 형태다.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편의점과 거의 흡사한 물품을 취급한다.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즉석커피부터 '모닝 세트'나 '1+1'같은 행사 상품도 똑같이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 무인점포에서는 자유롭게 상품을 고르고 직접 바코드를 인식시켜 계산하면 된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이곳을 찾은 지난 21일 무인점포인 줄 모르고 찾은 한 손님이 일행에게 "그냥 평범한 편의점인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고 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만 사람 없이 운영되다 보니 교환이나 환불은 평일 7시 30분에서 오전 10시 사이에만 가능하다.
감시 카메라 3대가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절도를 사후에 적발할 수 있지만,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예방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CU 트윈시티남산타워점은 낮에만 일반 매장으로 운영하고 심야시간대인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무인 매장으로 운영한다.
일반 매장과 무인 매장을 한 장소에서 동시에 운영한 만큼 보안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매장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감시카메라가 사각지대를 없애고, 이 감시 화면을 40인치 TV로 매장 내에서 공유한다.
이곳에는 매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운영되고 이 화면을 40인치 TV로 매장 내에서 공유한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만약 매장 내에서 제품을 훔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피우면 매장의 지능형 영상감지시스템(SVMS)이 이상 행위를 탐지해 경보를 울린다. 이후 난동을 부리고 있는 사람에게 즉각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고 보안 요원이 출동한다. 만약 쇼핑 도중 이러한 행위를 목격하면 비상 버튼을 눌러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24일 오전 6시 40분께. 인턴기자가 직접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매장에 직접 찾아가 물품을 구입해봤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단 다른 매장에 비해 입장이나 결제 시 사전단계가 긴 편이다. 처음 방문하는 고객이라면 이용에 진입 장벽을 느낄 수도 있다.
우선 낮과 달리 무인 운영 시간대에는 모든 문이 잠겨 있어서 자체결제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한 뒤 해당 점포의 QR을 인식해야 문이 열린다.
원하는 물건을 발견하면 앱을 실행해 카메라로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해야 앱 내 장바구니에 담긴다. 이후에도 미리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완료바코드 전용 POS기에 스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곳을 방문한 24일 오전 6시 40분께에도 한 중년 남성이 문이 잠겨 들어오지 못하자 앱을 설치한 뒤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건을 집었지만 그대로 계산대에 들고오는 등 방법을 몰라 인턴기자가 직접 가르쳐 주기도 했다.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세븐일레븐은 지난 21일 최첨단 스마트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출시했다. 완벽한 무인 매장이라기보단 자판기형 편의점을 발전시킨 것으로 점포 매출을 끌어올리고 치열해진 업계 경쟁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단독 점포가 아닌 기존 가맹점의 '위성점포' 역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매출이나 발주 및 재고 관리 등의 운영시스템은 본점의 관리하에 이뤄진다.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에서 스마트자판기를 통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넓이 10.8m, 높이 2.5m의 익스프레스 편의점은 총 5대의 스마트자판기가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있다. '푸드' 자판기만 실물을 확인하고 해당 상품 번호를 입력한 뒤 계산하는 방식이고, 나머지 4대의 자판기는 키오스크 화면을 터치해 구매할 수 있다.
정중앙에는 다른 편의점처럼 전자레인지 2대와 온수기가 있고. 바로 밑 서랍장을 열면 휴지와 빨대 및 종이봉투 등을 챙길 수 있다.
조리 음식을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빨대와 휴지 등을 구비해 놓고 있다. [사진 = 문혜령 인턴기자]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다. 별다른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구매를 위한 조건이 없다. 그야말로 물건을 선택하고 걸어 나가면(Grab and go) 된다. 음식품과 함께 칫솔이나 생리대, 콘돔과 같은 생필품도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절도나 상품 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받침대가 설치돼 있어, 상품 구매 후 받침대의 불이 들어와야 물건을 꺼낼 수 있다.
기존 매장에 있는 테이블은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옥상정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장점이다.
단 미성년자가 구매할 가능성이 큰 담배와 주류는 갖춰져 있지 않다. 인기 있는 상품 위주로 물건을 구비했지만 기존 매장에 비해 물품 수가 적은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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