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23일 뉴스초점-직장 성희롱 손놓은 고용부
입력 2018-08-23 20:09  | 수정 2018-08-23 20:51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입니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이나 폭력을 노동권 침해로 보기 때문에,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역시 남녀고용평등법을 따르고 있는 거죠.

여성가족부와 경찰도 있지만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는 곳이고, 여성가족부는 사업장에 과태료 처분이나 형사고발 같은 강제조처를 할 권한이 없습니다. 고용노동부만이 직접적인 강제조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고용노동부는 그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요?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성희롱 사건을 보면, 과태료를 부과한 건 13%, 검찰로 사건을 넘긴 건 0.5%. 나머지 대부분인 80%가 별다른 조처 없는 '행정종결'로 끝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건수는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신고 건수가 이 정도라면,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피해자는 훨씬 더 많다고 봐야겠죠. 그런데도 지도 점검을 한 사업장 수는 같은 기간 오히려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아무리 진정, 고발, 고소를 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독일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근로자는 임금을 받으면서 근무를 정지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직장을 잃거나 승진에서 배제되고 또 경제적인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최근 호주 정부는 세계 최초로 직장 내 성희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만든 최종 권고안에는 새로운 형법 제정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책 마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확실하게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성차별로 인한 폭력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뿐입니다. 이런 데 쓰는 예산을 아까워할 국민은 아마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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