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트러스톤운용 `조용한` 주주활동 눈길
입력 2018-08-23 17:10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활동 성공 사례가 뒤늦게 알려져 자본시장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관투자가나 자산운용사는 주주권 행사 기회가 생기면 이를 시장에 먼저 알려 화제를 모으는 게 일반적이었다. 주주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투자 중인 기업을 구설에 오르게 하고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트러스톤은 달랐다.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쳤지만, 이를 내세우지 않다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관련 사례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트러스톤은 올 2월 대림산업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당 1450원의 현금 배당을 달라는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3년간 배당을 100원·300원씩밖에 하지 않아 배당성향 10% 미만의 대표적인 짠물 배당 기업으로 통했다. 전년 대비 배당금을 5배가량 올려 달라는 파격적 제안이지만 동종업계 배당 수준에 비하면 높은 것도 아니었다.

트러스톤은 대림산업을 찾아가 이 같은 주주제안을 정기주총 목적사항으로 상정하고 향후 배당 정책에 대해 설명·공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림산업은 트러스톤 측을 두 차례 만나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배당금을 주당 1000원으로 올려주기로 결정했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높은 깜짝 배당을 결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러스톤 측도 주주제안을 철회하고 향후 개선 진행 사항을 모니터링하기로 하면서 양쪽이 큰 충돌 없이 끝났다.
특히 트러스톤은 주주제안을 결의한 날부터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약 2주간 스스로 주식 매매를 제한하면서 내부 통제 규정을 철저히 지켰다.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매매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외부에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트러스톤이 상반기 주주활동보고서를 내면서 이 일이 6개월이나 지난 후에나 주주활동 성공 사례로 알려지게 됐다. 트러스톤은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유명한 기업이다. 최근 5년간 주총의안 반대율이 9~13% 수준으로 타 운용사에 비해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전체 커버리지 기업 중 70% 이상에 대해 ESG(환경·사회적영향·거버넌스)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 업계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 행사를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펀드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러스톤 같은 조용한 성공 사례를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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