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EO의 투자 한수] 싼 가격 유혹 떨치고…보수적 투자를
입력 2018-08-23 17:09  | 수정 2018-08-23 18:50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코스피 기준 -9% 내외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업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정책들로 인한 경제 활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고, 외부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 전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의 레벨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코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싼 주식시장이 됐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 레벨은 역사적으로 코스피의 강력한 지지선이 돼 왔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PBR 0.9배 레벨은 코스피 2230가량이므로 국내 증시가 매우 저평가된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싸다는 이유만으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대외적 환경이 코스피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결코 중국에 유리하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중국향 수출 비중은 24.8%로, 아세안(16.6%) 미국(11.5%)에 앞선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증시 흐름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약세 흐름인 중국 증시와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중 무역분쟁 향방에 따라 국내 증시가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외인·기관의 액티브(active) 자금 거래가 줄어들면서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올해 초 13조~15조원을 넘나들던 국내 증시의 하루 거래대금이 최근 들어 7조~8조원까지 낮아졌다. 시장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다 보니 실적 예측이나 기업 가치에 기반한 주가 움직임보다는 단발성 이슈에 시세가 집중되고 있고, 거래가 줄어들다 보니 주식시장 내에서의 '풍선효과'로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시장 퀄리티가 좋지 않은 구간에서의 섣부른 투자는 손실로 귀결될 수 있으니 투자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증시가 역사적으로 싼 편에 속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반등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겠지만, 얼마나 반등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치가 공격적일 수 없는 시장이다. 싼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과감한 투자 결정보다는 보수적 입장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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