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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변방 노도강·군포도 한달새 수천만원 `쑥`
입력 2018-08-22 17:48  | 수정 2018-08-22 21:39
◆ 부동산시장 과열 ◆
경기도 군포시는 전통적으로 집값이 '참 안 오르던 곳'으로 꼽혀왔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군포시 아파트값은 전년 동월 대비 0.5%밖에 오르지 않았다. 과천시는 같은 기간 7.8%, 성남시 분당구는 무려 14.7%나 올랐다. 군포시 바로 옆인 의왕시도 3.2%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등장에서도 군포는 잠잠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군포시 산본동 '산본 래미안 하이어스' 전용 84㎡는 올해 초 6억원에 거래됐고, 이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6월 최고가인 6억68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이 물건은 7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가는 7억5000만원에 달한다.
2025년 개통한다는 GTX C노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최근 불붙은 매수세가 경기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던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 지역 공인중개 관계자는 "GTX 수혜지인 금정역과 가까운 신축 아파트인데도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아 추가로 상승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특히 강남권에서 '갭투자'를 하겠다며 오는 사례가 7월 이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변방'의 약진이 무섭다. 한동안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이것이 강북 3인방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경기도의 준강남 과천·분당으로 번졌고, 이후 동작·동대문·서대문·은평·성북 등 뉴타운으로 확대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가장 집값이 오르지 않았던 서울 변두리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관악·구로 등까지 확대됐고 경기도에서도 군포·광명시 등으로 번진 것이다.

정부가 매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잡기'를 선언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되레 폭등했다. 이는 결국 유동자금이 갈 곳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인식을 낳았고, 오르지 않을 것 같던 지역이나 단지의 가격마저 상승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아파트 가격도 심상치 않다. 이곳은 연초에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집값이 확 빠졌다가 최근 상계주공 최초 재건축인 '노원 꿈에그린' 분양이 시작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이 단지는 22일 1순위 일반청약에서 평균 97.95대1, 최고 27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속도가 빠른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연초 신고가인 3억8000만원까지 갔다가 3억5000만원으로 빠졌지만 최근 다시 신고가인 3억8000만원을 회복했다. 현재 호가는 4억원을 넘었다. 월계동에서 3930가구 대단지인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9㎡는 연초 3억원대 후반~4억원대 초반에 거래됐다가 7월 4억4000만원에 매매가 성사되며 신고가를 찍었고 현재 5억원대에도 매물이 거의 없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전용 59㎡는 이달 5억7000만원에 거래돼 6월 신고가(5억1000만원)를 바꿨다. 안전진단 강화 등 불똥이 튀어 올 들어 7월까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던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는 이달 갑자기 1억원이 넘게 오른 7억5000만원으로 '퀀텀점프'를 한 후 매물이 모두 사라졌다.
공인중개 관계자는 "일주일 만에 호가가 수천만 원씩 뛰고, 나왔던 매물이 다 들어가는 등 난리도 아니다"며 "마포에서는 상대적으로 싸고 장기적으로 보면 재건축 호재도 누려볼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서는 인기가 없었던 나 홀로 아파트마저 기존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강남 인기 대단지들은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쥐고 놓지 않아 거래가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던 곳까지 매수자들이 손을 뻗은 것. 도곡동 소재 132가구 나 홀로 아파트인 '매봉삼성' 전용 59㎡는 이달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찍었고, 역삼중학교 학군으로 인기가 높은 '래미안그레이튼' '역삼푸르지오' '역삼래미안' 사이에 있는 나 홀로 아파트 '대림역삼(129가구)'도 지난달 전용 84㎡가 11억55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는 "강남에 어떻게든 집 한 채를 마련하겠다는 사람들이 와서 가격을 보고 일단 놀라고 매물이 없어 실망하는데, 그래도 매수 의지가 있는 경우 권하는 물건"이라면서 "나 홀로 아파트라 불리한 점이 많지만 강남 생활권과 학군 메리트는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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