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업자 의뢰로 운반하던 금괴를 빼돌린 운반책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기죄는 범인의 기망(속임)에 따라 피해자가 재물의 지배권을 넘겨야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금괴의 이동 과정을 계속 감독한 점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들이 운반을 위해 금괴를 넘겨 받은 것만으로는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금 중개 무역상 권모씨는 홍콩에서 구입한 금괴를 관세 없이 처분하기 위해 정씨 일당에게 일본 후쿠오카까지 나눠 운반해 달라고 의뢰했다. 권씨는 이들에게 2017년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13억원 상당의 금괴 29개를 맡긴 뒤 동행하며 감시했다. 하지만 정씨 등은 몰래 준비시킨 다른 운반책들에게 금괴를 건네 빼돌리려다 붙잡혀 사기죄로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피해자로부터 금괴가 담긴 허리가방을 넘겨 받은 것은 피고인들에게 점유가 이전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씨에게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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