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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레이시아] ‘충격의 90분’ 토너먼트 아닌 게 다행
입력 2018-08-17 22:52 
만회골을 넣은 황의조. 사진(인도네시아 반둥)=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반둥) 이상철 기자] 가장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따끔한 예방 주사가 될까.
17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2차전, 한국은 말레이시아에게 끌려갔다. 그 열세가 생각보다 꽤 길더니 끝까지 이어졌다. 한국의 1-2 패배.
이틀 전 바레인을 6-0으로 대파한 한국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공격적으로 덤볐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물론 바레인전에서 골 맛을 본 나상호(광주 FC)도 베스트11에서 빠졌으나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전방에 뛰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을 맞아 라인을 내리며 수비를 두껍게 했다.
한국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그러나 0의 균형이 빨리 깨졌다. 전반 5분 높이 뜬 공을 잡으려던 골키퍼 송범근(전북 현대)이 수비수 황현수(FC 서울)와 부딪혔다. 놓친 공을 라시드가 잡아 빈 골문으로 차 넣었다.
김학범 감독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허탈한 실점이었다. 2014년 인천 대회처럼 무실점 우승을 노리겠다던 김학범호는 95분 만에 첫 골을 허용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말레이시아에게 실점한 것은 1974년 테헤란 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게 2-3으로 졌다.
한 골을 내주면 두 골을 넣으면 됐다. 말레이시아의 골문을 두들기나 한국은 좀처럼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지 못했다. 다들 초조했다. 다급함에 전진 패스 미스가 많아 공격 흐름이 자주 끊겼다.

전반 18분 이현민의 로빙 패스로 시작된 공격이 황의조의 슈팅으로 마무리 됐지만 골문 위로 날아갔다. 전반 30분간 한국의 가장 좋은 기회였다. 그만큼 답답했다. 전반 34분 황희찬과 전반 39분 김정민이 예리한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골네트를 흔들지 못했다.
오히려 두 번째 골도 말레이시아의 몫이었다. 전반 46분 라시드를 봉쇄하지 못했다. 라시드는 황현수와 경합해 이긴 뒤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말레이시아가 만만치 않은 전력을 펼치며 복병으로 평가되기도 했으나 한국보다 몇 수 아래다. 그런데 한국이 무너졌다.
황인범(아산 무궁화), 손흥민, 이승모(광주 FC)가 차례로 투입된 후반 들어서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다 할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 43분에서야 황의조의 만회골이 터졌다.
한국에게 위안거리가 두 가지 있다면, 토너먼트가 아닌 조별리그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조 3위가 돼도 16강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회생할 기회가 20일 키르기스스탄전, 한 번 남아있다.
우승까지 갈 길이 먼 김학범호다. 그런데 진짜 갈 길이 멀어졌다. 한국에게 불리한 점은 하나도 없었다. 이대로는 아시안게임 2연패가 무모한 도전이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rok1954@maek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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