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영화에 투자해 대박 예고한 은행들
입력 2018-08-15 17:39  | 수정 2018-08-15 21:56
금융회사들이 영화와 드라마 같은 문화콘텐츠에서 새로운 '금맥'을 캐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이 드는 콘텐츠 제작비 일부를 직간접 투자로 지원해 흥행 이후 나온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관객 1000만명이 넘는 대박 영화가 매년 한 편 이상 나올 정도로 토종 영화가 인기를 끄는 만큼 여기에 투자하는 은행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신과 함께 시리즈 2편)은 지난 1일 개봉 후 14일 만에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이 직접 투자한 영화 중 '1000만 영화'는 신과 함께 1편을 포함해 두 개로 늘었다. 기업은행이 신과 함께 시리즈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금액은 20억원이다. 이 영화 두 편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기업은행의 투자수익률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신과 함께 1·2편을 합친 손익분기점은 관객 약 1200만명인데, 1편에서 이미 1441만명을 기록한 만큼 2편 매출은 대부분 수익으로 잡힌다.
기업은행이 10억원을 직접 투자한 영화 '공작'도 개봉 일주일 새 26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다. 이 밖에 올해 상반기 영화관에 걸린 '리틀 포레스트'(투자금 3억원), '지금, 만나러 갑니다'(3억원), '탐정: 리턴즈'(7억원)도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2012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전담 부서를 꾸려 영화·드라마·공연에 대출과 투자를 이어왔다. 지금까지 이 은행이 문화 분야에 공급한 금액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도 신과 함께 흥행 수혜자 중 하나다. 2015년 문화콘텐츠 전담팀을 구성한 이 은행은 신과 함께 제작비 중 9억원을 대출했다. 앞서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는 30억원, 지난해 관객 445만명을 모은 '강철비'에는 13억원을 지원했다. 방영 예정인 드라마 '뷰티인사이드'와 '무빙'에도 각각 10억원을 댔다. KDB산업은행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2014년부터 약 30개의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에 1629억원을 지원했다. 증권가는 은행들의 영화 투자로 최대 2배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베팅도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총규모 120억원대의 컴퍼니케이한국영화투자조합에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CJ E&M, NEW, 쇼박스 등 배급사도 투자한 이 조합은 중간 배당은 따로 없고 결성 이후 5년 뒤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관사인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실적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9월 초 개봉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6억원을 투자했는데 개봉 후 2주 만에 손익분기점 관객 수(220만명)를 넘으며 흥행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를 통해 지난해부터 앞으로 3년간 100여 편의 한국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현빈 주연의 '꾼', 성동일 주연의 '반드시 잡는다' 등에도 각각 6억~8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드라마를 활용하는 2금융권의 광고 전략도 눈길을 끈다.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는 남자 주인공(배우 지성)이 신협 지점에서 일하는 은행원으로 분한다. 신협이 제작 지원을 하면서 로고와 은행창구 등이 간접광고(PPL)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등장한다. 신협 관계자는 "부족한 예산으로 광고 효과를 보기 위해 드라마 제작 지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에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정주원 기자 /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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