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원경찰하며 글쓰다 스타 작가로…`비츄`의 인생 역전
입력 2018-08-14 17:36 
웹소설 작가 `비츄`. [사진 = 비츄 제공]

'키보드와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시장'
'비츄'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웹소설 작가 오형석 씨(29)는 웹소설 시장을 이렇게 표현한다. 누구든지 인터넷만 있다면 데뷔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웹소설 작가들은 보통 무료소설을 쓰다가 출판사와 계약해 독자 수에 따라 돈을 번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매일 수십 편의 새 작품이 등장한다. 웹소설 작가 역시 '굶어죽기 딱 좋다'는 기존의 작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업 작가로 활동한 지 4년 만에 오 작가는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는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마련했다. 그의 웹소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는 카카오페이지 구독자 150만 명, 로맨스 분야 1위를 6개월 이상 차지했다. 웹툰으로도 제작돼 카카오페이지 구독자만 230만 명에 달한다. 해외에서도 사랑받는다. 웹툰은 중국 포털사이트인 '텐센트'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최단기간인 서비스 40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하고 유료 웹툰 분야 1위에 올랐다. 미국에 진출한 웹소설 역시 북미 '타파스틱' 웹소설 분야 2위를 기록했다. 웹소설 스타작가 '비츄'와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성공비결을 알아봤다.
ㅡ전업 작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원래 어릴 때부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무료 연재도 오래 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이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은행에서 청원경찰(서비스 매니저)로 근무를 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 2014년에 '올 스탯 슬레이어'라는 글이 운 좋게도 히트를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3년은 이 정도 수입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전업, 3년 동안 목돈을 모아 편의점이나 카페를 창업하는 것이 제 첫 목표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편의점이나 카페 등을 창업하고 부업으로 글을 계속 쓰겠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글만 열심히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ㅡ부모님은 어떤 반응이셨나요.
▷부모님의 반대에 밤에 PC방에서 더 이상 연재할 수 없다는 공지를 올리며 울기도 했습니다. 그 반대는 제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는데, 결국 제 인세를 보시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ㅡ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 친구들은 신기해했습니다. '글로 생계를 유지한다'라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친구들은 저를 많이 부러워하고는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들이 부럽다고 얘기합니다.
여가시간 부인·친구들과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 [사진 = 비츄 제공]
ㅡ수입은 어떤가요.
▷ 예민한 문제일 수 있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2014년에 본격적인 전업에 뛰어들었으니 본격적으로 수입이 발생하기 시작한 지 이제 4년가량 되었네요. 정말 감사하게도, 그사이에 저는 부모님을 아파트로 이사시켜 드릴 수 있었고 좋은 차를 선물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신혼집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운이 좋았고 독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웹소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표지 사진= 비츄 제공]
ㅡ당신 소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복잡한 현실 속에서 웃음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 지하철에서 피식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글, 고되고 힘든 삶에 작은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쓰는 '장르 소설'은 '편하고 쉽고 재미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 소설을 쓰다가 '로맨스 판타지'를 쓰기 전에, 주변의 로맨스 판타지 작가님들께 여쭤봤습니다. 어떤 내용과 어떤 클리셰가'(흔히 쓰이는 소재나 흐름) 재미있는지. 그것을 저만의 방식으로 재가공해서 썼습니다.
ㅡ기존의 작품들과 같이 여성의 모습이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표현됐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제 글 때문에 불편하신 분들이 계신 걸로 아는데 그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불편한 소설을 만든 사람이 불편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조금 더 노력해서 좀 더 괜찮은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체력을 위해 매일 3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 비츄 제공]
ㅡ지금의 삶에 점수를 매긴다면 어떤가요.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들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후회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이것마저 후회한다면, 다른 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삶을 100점 만점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90점 이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ㅡ'비츄'와 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요.
▷내가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을 때. 그때에 도전하는 것이 더 오래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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