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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계획도 꼬여버리게 만든 LG 마운드의 불안함
입력 2018-08-14 06:01 
차우찬(오른쪽)과 정찬헌 두 LG 소속 투수가 부상과 부진으로 대표팀 엔트리에서 빠지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결국 선동열호 대표팀 엔트리가 교체됐다. 그리고 중심에는 불안한 LG 트윈스 마운드가 있었다.
KBO는 13일 4명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인원변동에 대해 공지했다. 일찍부터 예견된 일. 최종엔트리가 확정된 지난 6월11일 이후 두 달 여 시간차이 속 부상자원 소식들이 꾸준히 들려왔다. 부상에 부진한 선수까지 겹치며 도저히 정상적인 전력을 꾸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고 결국 대회를 위한 소집을 일주일 여 남긴 시점서 최종 내용을 확정했다.
총 4명 중 박건우(두산)와 최정(SK)은 현재도 1군 전력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정후(넥센)와 황재균(kt)이 이들 자리를 메우게 됐는데 두 선수 모두 최근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그나마 기대할 요소로 꼽힌다.
반면 차우찬과 정찬헌, LG 소속 두 투수의 교체는 어떤 면에서 고육지책에 가까워보인다. 일단 두 선수 모두 지난주인 12일까지 기준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자원에다가 최근(차우찬 10일 삼성전, 정찬헌 12일 넥센전)까지 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경기 중 큰 부상을 경험한 경우도 아니다.
물론 차우찬과 정찬헌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자주 호소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차우찬은 최근에는 고관절 부상을 안고 뛰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2군에 다녀오는 등 휴식을 취했음에도 다음 등판서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정찬헌은 고질적인 허리부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도 나서지 못했고 지난달 말에는 경기조에 빠져 나올 상황에서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들 두 선수의 교체사유가 몸 상태 때문 만이라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차우찬과 정찬헌은 최근 급격한 부진에 빠져있다.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팀 좌완 믿을맨 및 뒷문을 맡아주길 기대했던 자원들이지만 긴 시간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소속팀 LG의 추락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차우찬은 최근 10경기 등판 평균자책점이 9점대에 달하고 5이닝 소화도 힘든 미션이 된 상태다. 시즌 초반 마무리투수로서 거듭 세이브를 따냈던 정찬헌은 근래 나오는 경기마다 난타 당하며 안정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당장 가장 최근인 12일 넥센전서도 아웃카운트 한 개 잡지 못한 채 2피안타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정찬헌은 등판 때마다 이와 같은 패턴으로, 세이브는 고사하고 아웃카운트를 한 개 잡는 것 조차 어렵다.

대회가 임박한 대표팀 입장에서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만족스러운 포지션이 없을 테고 걱정되지 않을 선수구성이 없겠지만 마운드는 정말 다급하고 문제였다. 반대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다른 투수자원이 승승장구하자 아쉬움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자 결국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두 선수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갖고 있는 상태였기에 무리한 선택도 아니었다. 대표팀은 두 선수를 대신해 최원태(넥센)와 장필준(삼성)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차우찬과 정찬헌, 대표팀 규정처럼 부상으로 교체됐으나 실상을 따져보면 부진이 주된 이유에 가깝다. 최근 내용이 불안했고 이는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선동열 감독도 지켜만 볼 수는 없었고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LG는 전반기 내내 꽤나 돌풍의 실력을 자랑하며 상위권을 지켰다. 하지만 후반기가 시작되자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다. 거듭 연패에 빠지며 어려운 길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핵심원인으로는 마운드가 꼽힌다. 불펜을 시작으로 선발 마운드까지 불길이 번졌다. 차우찬과 정찬헌은 그 중심에 있다. 전반기 묵직한 힘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영광까지 누렸으나 후반기, 심각한 부진으로 그 자리를 내려놓아야만 하게 된 셈이다.
LG 입장에서는 두 선수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다행스러울 수 있겠으나 대표팀 마운드 구상을 꼬이게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분명 책임감을 느껴야 할 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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