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 아이 엄마가 개발한 세제에 女배우들이 열광하는 까닭은
입력 2018-08-13 13:09  | 수정 2018-08-13 14:55

8살, 6살, 3살 된 세 자녀를 둔 엄마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루 종일 우리 피부와 맞닿아 있는 옷인데 좀 더 안전한 세제는 없을까…'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엄마였지만 용기를 냈다. '집사'를 자처하는 남편의 지지는 큰 힘이 됐다. 부부는 합심해 친환경 세제 브랜드'버틀러(BUTLER)'를 개발했다. 친정 어머니도 모자라 외할머니에게까지 갓난아기를 맡기며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의 일이었다.
"화학 공부도 하고, 시장 조사도 하고, 무엇보다 마음에 맞는 생산업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느라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지금까지 시중에 있는 세제란 세제는 거의 다 써본 것 같아요. 100% 만족스러운 건 없었죠. 엄마들의 깐깐한 눈높이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친환경 세제 전문업체 '올바른 컴퍼니'의 박수진(사진·35)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를 만난 소비자들은 종종 "버틀러는 수입산이에요 국산이에요?"라고 묻는다. 수입산처럼 예쁜 디자인이 한 몫하는 것 같지만 실은 국산이면 더 좋겠다는 엄마들의 심리가 반영된 질문이다.
사실 박 대표가 8살짜리 큰 애를 키울때 만해도 엄마들 사이에선 수입산 유아용 세제가 대세였다. 꼭 경쟁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수입산에 대한 막연한 기대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요즘은 수입산보다 국산을 엄마들이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저 역시 비싸게 수입산을 주고 산 만큼 정말 세제 한 방울 한 방울을 아껴 썼는데요. 가만 생각해보니 백인 피부에 맞게 만든 세제가 우리 아이들의 몸에 좋을까 싶더라고요. 요즘 더 똑똑해진 엄마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으면서 화학 성분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잖아요. 세제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면 국산이 훨씬 더 경쟁력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실제로 버틀러의 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등 8종 제품에는 유해한 화학 물질(형광증백제, 화학계면활성제, 합성방부제 등)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파라벤류, 벤젠, 글루타알데하이드 등의 성분이 0%인 검출 시험 성적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세척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화학 성분이 들어있지 않으면 세척력이 약하기 마련인데 박 대표는 이같은 편견을 깨기 위해 'EM효소'를 선택했다.
"합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세척력을 포기할 순 없죠. 빨래는 일단 깨끗하게 입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버틀러는 계면활성제 대신 천연 미생물인 'EM(Effective Micro Organism)효소'란 특수 성분을 넣어 세척력을 높였어요. 이 천연 미생물이 미세한 때와 세균까지 분해해주거든요.또 고농축이어서 굳이 많은 양을 쓸 필요가 없어요. 저 같은 경우 여름이라서 정말 매일 세탁기를 돌리는데 17kg짜리 세탁물에 단 한 스푼이면 충분하답니다. 당연히 세제를 많이 안 쓰니 헹굼력도 좋죠. 물과 전기도 절반으로 절약할 수 있어요."
천연 세제에 대한 자부심이 큰 박 대표는 올 하반기 버틀러 제품의 전 성분에 관해 홈페이지 뿐 아니라 제품 용기에도 전면 공개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화학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고보니 회사명 '올바른컴퍼니'가 눈에 들어왔다. "올바르지 않으면 만들지 않겠다"는 경영 철학이 담겼다는데 허튼 말이 아니었다.
특이하게 버틀러 제품은 인기 여배우들 사이 먼저 입소문이 났다. PPL(간접광고)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 덕분이다. 지금까지 다수의 드라마에 소품으로 나왔으며, 현재는 sbs 인기 월화드라마에도 소품으로 나오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편 덕분에 영화나 드라마 속 소품으로 쉽게 등장할 수 있었어요. 주방이나 화장실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웃음)….하지만 현장에선 눈에 띄는 디자인 덕분에 관심을 받았고 자녀를 둔 엄마 배우들이라면 당연히 친환경, 천연 세제란 버틀러의 브랜드 취지에 쉽게 공감하더라고요."
관심을 보인 여배우들은 직접 버틀러 제품을 주문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줬다. 버틀러가 더욱 더 빠르게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이유다.
트렌드에 민감한 여배우들을 단박에 사로 잡은 데에는 디자인 특허 출허까지 받은 버틀러만의 독특한 디자인 영향이 크다. 용기 양쪽에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살짝 삼각홈을 파 미끄럼을 방지한 것에서부터 세제 사용 후 흘림 방지를 위해 더욱 신경 쓴 캡 부분까지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다.
"양념도 따로 통일된 통에 담아쓰고 세제 또한 소분통에 담아 예쁘게 담아 쓰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버틀러 역시 그 용기 자체만으로, 디자인적으로 손색없게 만들고 싶었어요. 실용성과 편리성 또한 놓칠 순 없었죠. 주변에서는 용기에 너무 공을 들이는 것 아니냐고 여려번 말렸어요. 다행히 아는 건축가와 협업해 디자인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건축의 미를 적용시킨 디자인을 소비자분들이 높이 평가해 주시더라고요."
특히 박 대표는 용기 뒷면에 제품 설명 관련 점자도 새겨넣었다. 이미 높은 디자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보다 2배 가까운 돈을 투자했지만 그렇다고 점자 표기를 위한 투자를 포기할 순 없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평등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 맹인 분이 저희 제품을 써보시고는 '아! 우리도 이런 제품을 쓰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거에요. 그 때 생각했죠. 시각 장애인 분들도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도 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아야한다고요. 장애를 가진 엄마들도 당연히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모든 용기 뒷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표기하게 된 겁니다."
세 아이의 보육과 집안일에 사업까지, 일과 가정 생활의 병행이 쉽지는 않지만 힘들 겨를이 없다고 하는 그는 요즘 한창 신제품 개발에 매진 중이라고 했다. 이른바 '유산균 세제'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포함된 친환경 세제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버틀러가 선보일 계획이다.
"내 아이 피부에 직접 닿고, 또 나와 같은 엄마들이 쓸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바뻐도 힘든 줄 모르겠더라고요. 비록 지금은 초등학생 아들 녀석 방학이어서 더 정신없지만요(웃음). 세제 뿐 아니라 바디용 워시제품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요. 계획 중이에요. 버틀러잖아요. 집안 대소사를 다 관리하고 집주인의 좋은 동반자인 집사를 의미하는. 그와 같은 '버틀러' 제품으로 고객 분들의 좋은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머릿 속에서 그려왔던 일들을 현실 속에서 하나둘씩 이뤄나가는 박 대표는 누구보다 신이 나 있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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