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키우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대주주 자격 요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관련 업계 혼선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 정보기술(IT) 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인가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구체적인 사업 준비를 미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공개행사에서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3 인터넷전문은행 참여가 가능한 기업의 자격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혁신기업을 어떻게 정의할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 가운데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은 게 없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혁신 IT 기업'에 가장 부합할 만한 기업으로 업계는 공통적으로 네이버를 꼽는다. 하지만 정작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직접 진출에 상당히 부정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지분 투자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기보다는 현재 케이뱅크와 함께 체크카드를 출시한 것처럼 사업 제휴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네이버가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12일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은 총 5개다. 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례법을 중점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이 발의한 특례법에는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비금융 주력사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정했다. 강석진(자유한국당)·김관영(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네이버는 현재 7조1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이며 이해진 의장이 총수로 지정돼 있다. 아직은 아니지만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1~2년 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등 일부 기업만 '혁신'을 이유로 예외로 두면 인터넷전문은행 자격 자체가 부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SK텔레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SK텔레콤은 2015년 9월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최종 인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현재 여당 법안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에 해당돼 결격 사유가 발생한다.
반대로 공평성을 위해 모든 기업에 엄격한 자격으로 대기업 결격 사유를 적용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다. 자칫하면 멀쩡히 영업하다 특례법으로 인해 면허가 중단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인 카카오는 올해 5월 기준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자산이 8조50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1년 내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총수로 지정돼 있다.
애매한 키워드는 '혁신'뿐만이 아니다. 'IT 기업'에 대한 정의도 모호하다. 2015년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 탈락한 인터파크가 대표적 사례다.
주력인 전자상거래 사업에 은행 서비스를 결합하면 기존 은행이 할 수 없었던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터파크를 IT 기업으로 볼 수 있을지가 논란으로 남는다. 전자상거래 기업을 유통업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인 케이뱅크 역시 디테일의 함정에 빠져 낭패를 볼 위기에 처했다. KT가 지하철 광고 입찰 과정에서 담합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016년 3월 벌금형이 확정된 전력이 발목을 잡는다. 은행법 시행령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 보유할 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최근 5년간 금융·조세·공정거래 등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증자를 하려해도 대주주인 KT는 이 조항에 걸려 증자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회 논의 등을 거치면서 대상 범위를 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법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했기에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에) 가능성이 다 열려 있었지만, 만약 혁신 IT 기업으로 한정한다면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만 남게 된다"며 "국회에서 (관련법) 논의를 하면서 정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공개행사에서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3 인터넷전문은행 참여가 가능한 기업의 자격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혁신기업을 어떻게 정의할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 가운데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은 게 없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혁신 IT 기업'에 가장 부합할 만한 기업으로 업계는 공통적으로 네이버를 꼽는다. 하지만 정작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직접 진출에 상당히 부정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지분 투자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기보다는 현재 케이뱅크와 함께 체크카드를 출시한 것처럼 사업 제휴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네이버가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12일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은 총 5개다. 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례법을 중점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이 발의한 특례법에는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비금융 주력사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정했다. 강석진(자유한국당)·김관영(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네이버는 현재 7조1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이며 이해진 의장이 총수로 지정돼 있다. 아직은 아니지만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1~2년 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등 일부 기업만 '혁신'을 이유로 예외로 두면 인터넷전문은행 자격 자체가 부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SK텔레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SK텔레콤은 2015년 9월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최종 인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현재 여당 법안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에 해당돼 결격 사유가 발생한다.
반대로 공평성을 위해 모든 기업에 엄격한 자격으로 대기업 결격 사유를 적용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다. 자칫하면 멀쩡히 영업하다 특례법으로 인해 면허가 중단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인 카카오는 올해 5월 기준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자산이 8조50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1년 내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총수로 지정돼 있다.
애매한 키워드는 '혁신'뿐만이 아니다. 'IT 기업'에 대한 정의도 모호하다. 2015년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 탈락한 인터파크가 대표적 사례다.
주력인 전자상거래 사업에 은행 서비스를 결합하면 기존 은행이 할 수 없었던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터파크를 IT 기업으로 볼 수 있을지가 논란으로 남는다. 전자상거래 기업을 유통업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인 케이뱅크 역시 디테일의 함정에 빠져 낭패를 볼 위기에 처했다. KT가 지하철 광고 입찰 과정에서 담합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016년 3월 벌금형이 확정된 전력이 발목을 잡는다. 은행법 시행령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 보유할 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최근 5년간 금융·조세·공정거래 등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증자를 하려해도 대주주인 KT는 이 조항에 걸려 증자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회 논의 등을 거치면서 대상 범위를 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법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했기에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에) 가능성이 다 열려 있었지만, 만약 혁신 IT 기업으로 한정한다면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만 남게 된다"며 "국회에서 (관련법) 논의를 하면서 정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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