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화차(火車) 포비아`에 火난 소비자…`징벌적 손해배상제` 논의 가속화
입력 2018-08-08 14:03  | 수정 2018-08-08 15:52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연이어 발생하는 차량 화재로 사회 전반에 '화차(火車) 포비아(공포증)'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BMW 520d는 올해 들어서만 30여대가 주행 중 불에 타 대규모 리콜에 돌입했다. 지난 6일 BMW코리아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가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BMW 차량 중 8.5%가 문제 차량으로 분류됐다고 발표하자 안전진단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전남 목포에서 발생한 BMW 화재 차량의 경우 앞선 1일 서비스센터 긴급 안전진단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차량이었다.

◆ ‘로망에서 ‘기피 대상 1호로 전락한 BMW
안전진단을 받았음에도 화재가 이어지자 BMW 차량의 주차 및 접근을 꺼리는 'BMW 포비아'까지 등장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는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화재에 대비해 BMW 차량만 따로 분리하는 전용 주차구역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병원 역시 BMW 전용 주차장을 별도로 만드는 등 서울 곳곳에서 BMW 차량을 기피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터널이나 지하 주차장 등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BMW를 만나면 일단 피하고 본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BMW 차가 주차돼 있거나 도로에서 달리는 것을 보면 거부감이 든다"며 "거주하는 아파트에 BMW 출입 금지를 요청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가 난 소비자들은 BMW의 늑장 리콜 의혹을 문제 삼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입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리콜 제도 개선과 관련, '자동차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제조사가 고의·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해 소비자들에게 재산 손해 및 생명의 위협을 가했을 경우 실제 산출된 손해보다 더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BMW 차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르며 제조물 책임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 측은 "지난달 30일 BMW 차주 4명이 1차 집단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최근 13명을 대리해 BMW 코리아와 딜러사 5곳을 상대로 2차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법무법인 인강의 성승환 변호사가 개설한 네이버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의 가입자가 현재 약 7700여 명에 이르는 등 집단소송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일부 피해자만 승소해도 다른 피해자들까지 별도 소송 없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혼다,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차 등도 예외 아니다…잇단 리콜 조치
차량 화재 사고가 단순히 BMW 차량에만 국한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차량 발생 화재 수는 총 4976건이었다. 올해만 하더라도 7월 말까지 하루당 6건꼴로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국토교통부는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혼다,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차 등 차량 수십 종을 리콜 조치했다.
혼다코리아가 수입·판매한 CR-V 120대는 연료공급 파이프 연결 부분 부품 결함으로 인한 연료 누유 등의 이유로 엔진 정지 및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다. 폭스바겐코리아가 판매한 폭스바겐 CC 2.0 TDI BMT 등 3개 차종 1100대도 시동모터의 조립 불량으로 발생한 시동불량과 화재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 기아차가 제작해 판매한 모닝(TA) 등 2개 차종 19만562대는 연료 및 레벨링 호스의 재질 결함으로 호스가 균열돼 누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현대자동차가 제작해 판매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등 2개 차종 9579대의 경우 엔진클러치 구동장치의 결함으로 장치 내 오일 누유 및 전기합선에 의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리콜 조치됐다.
일각에서는 BMW 사태에 가려졌지만 일부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차량 역시 화재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아차 그랜드 카니발(VQ)의 경우 최근 수년간 실제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서울소방재난본부가 교통안전공단에 10여건의 제작 결함 조사를 의뢰했다. 서울 지역에서 그랜드 카니발의 화재는 2015년 1건, 2016년 5건에 이어 작년에는 6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해당 차량 에어컨의 배수 결함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어컨에서 발생한 수분이 차량 내부의 전기장치로 떨어져 전기적 쇼트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과 자동차 관련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BMW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제조사의 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차량 화재가 비단 BMW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2015년 이후 공개되지 않고 있는 ‘차종별 화재 건수
문제는 계속되는 차량 화재에도 가장 기초적인 차량 화재 통계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자동차 브랜드별·차종별 화재 발생 현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8일 소방청 한 관계자는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전체 화재 건수는 공개가 가능하지만 브랜드별 건수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2015년 당시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인 A사가 브랜드별 화재 발생 현황 공개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사는 화재 발생 현황에 차량 결함뿐 아니라 운전자의 부주의나 교통사고로 인한 수치도 포함된다며 자료 공개 시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BMW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며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소방청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 조율 중이고 이니셜로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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