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리용호, “美가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만 먼저 움직이지 않을것“
입력 2018-08-04 18:55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에 즉각적인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리 외무상은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의 (체제안전)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놓고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해줄 때 우리 역시 미국에 마음을 열고 그것(실질적 비핵화 조치)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이 북측에 선(先)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며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리 외무상은 2800여 자 분량의 연설을 통해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의 근본정신이 양측의 '신뢰 구축'에 있다고 역설하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대한 완화·해제로 행동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번 ARF를 전후해 '강력한 대북제재가 북한을 대화로 끌고나온 원동력인 만큼 북측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혀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날 연설에서 리 외무상은 자신들이 비핵화와 관련해 핵·장거리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했음을 언급하며 미국 측이 '제재 유지'에 무게를 실으며 종전선언 문제에 소극적인 것을 비판했다. 이어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에 대한 이행의지를 부각시키며 "조(북)·미 사이의 충분한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며 할수 있는것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리 외무상은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응당 우리가 비핵화를 위하여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조선(한)반도의 평화보장과 경제발전을 고무·추동하는 건설적인 조치들로 화답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북측이 지난 4월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으로 기조를 전환한 점을 거론하며 "(북측이) 경제를 부흥시키고 인민생활을 높이면(향상시키면) 지역 전반의 평화와 안전, 경제적 장성(성장)을 위해 좋으면 좋았지 결코 나쁜 것은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경제를 부흥시켜 민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대북제재의 해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는 비교적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아세안 다자외교무대를 활용해 미국의 '비핵화 우선·제재 유지' 입장을 돌파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싱가포르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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