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北 외교수장, 싱가포르 ARF서 악수…美, 北에 봉투 건네 관심
입력 2018-08-04 17:14  | 수정 2018-08-04 17:24

미·북 외교장관들이 4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조우해 악수를 나눴다. 미국 측은 자신들이 가진 모종의 입장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류봉투를 북측에 건네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2시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ARF 외교장관회의 시작 전 기념촬영 순서때 만나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때 폼페이오 장관은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리 외무상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살가운 제스쳐를 취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ARF 무대에서 북한과 러시아 등의 유엔제재 위반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대북제재 유지에 무게를 싣는 행보를 보였지만 리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소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리 외무상이 참석한 ARF 공식만찬에 불참해 의도적으로 리 외무상과의 대면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에는 먼저 다가갔다. 리 외무상도 전날 미국 재무부가 중국 기업과 해외주재 북한 관료 등을 독자제재 대상에 추가해 대북 압박수위를 높였지만 일단은 웃으며 폼페이오 장관의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기념촬영이 끝난 직후에는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에서 미국 측 의제협상팀을 이끌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리 외무상에게 다가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며 회색 서류봉투를 건네는 모습도 포착됐다. 리 외무상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옆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김 대사는 북측에 건넨 봉투 속 내용이 무엇인지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김 대사가 리 외무상에게 전달한 봉투 속에 미·북 비핵화 후속협의와 관련한 미국 측의 구체적인 구상이나 입장, 혹은 추가적 실무협의 일정 등을 정리한 문서가 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이 중시하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북측이 강조하는 종전선언 발표와 관련한 절충안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를 들면 북측이 이 정도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해준다면, 미국 측에서도 종전선언 발표와 관련해 보다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제안이 명시됐을 수도 있다.
당초 미국 측은 이번 ARF 무대에서 미·북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된다면 회담 테이블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미·북 1대1 회담이 불발되면서 미국 측이 비핵화 후속협의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북측에 자신들의 입장을 구체화한 문서를 건넸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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