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당국 제동에 골드만 이주비대출 `스톱`
입력 2018-08-03 17:30  | 수정 2018-08-03 19:42
골드만삭스가 국내 금융회사를 통해 강남 재건축 이주비 대출 시장에 투자하려던 시도가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올스톱됐다. 이로 인해 다음주 중 골드만삭스의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기로 했던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원 150여 명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등 곤란에 빠졌다.
하나금융투자는 골드만삭스가 돈을 대고 NH투자증권 신탁부가 이 돈을 받아 대부업체 등을 통해 브리지론 형식으로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에 이주비 대출을 지급하는 금융구조를 짰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본사는 강남 부동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평가해 2순위 근저당권을 토대로 한 이번 투자를 최종 승인했다.
신탁 기능을 담당한 NH투자증권은 1일 돌연 사업에서 빠지겠다며 포기의사를 전했다. 3일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 결재 과정에서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우리 말고도 다른 곳을 통해 딜을 계속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금융당국은 본지 보도 이후 딜에 관여한 금융회사와 통화하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할 게 많으니 대출 실행을 늦춰 달라.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 관여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탁기능을 담당한 NH투자증권에 수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직접적으로 그만두라고 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면 계속 사업을 밀고 나갈 국내 금융회사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투자와 유사한 강남 재건축 이주비 대출 사업을 벌인 국내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에서 강력한 구두 개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이주비 대출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M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사업구조가 공개된 직후 금융감독원에서 '구조에 문제가 있다. 당장 그만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대출사업과 관련된 금융회사들과 다각도로 소통했으나 사업 중단을 강제하는 압박은 전혀 없었다"며 "개별 통화 여부를 어떻게 다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통화한 적은 있으나 구두 개입은 없었다는 반론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 증권 등 당국 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우회 대출이 허용되면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정책 취지에 맞춰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책 취지란 부동산 안정을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룰'을 일컫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투자은행(IB)의 이 같은 재건축 이주비 대출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이런 투자 방식이 사실상 재건축 시장에서 LTV 규제를 우회하는 편법 대출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 방식이 허용되면 이주비 대출 외에도 중도금·잔금 대출까지 확대되면서 LTV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가 돈을 대는 새로운 방식의 이주비 투자 건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이주비 대출이 올스톱되면서 이를 믿고 이주·전세금 환급계약을 맺어 놓은 방배6구역 조합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조합원 152명은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총 340억원의 이주비 추가 대출을 받기로 돼 있었다. 조합원 상당수는 이 자금으로 세입자의 전세금을 빼 줄 계획이었는데 계약 파기 위험에 몰리게 된 것이다.
방배6구역 조합 관계자는 "시가의 20~30%밖에 이주비가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재건축 허가를 내주고 추가 이주비 대출을 묶으면 사채라도 쓰라는 얘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 측은 2일 금감원에 공식으로 민원을 제기했으며, 추후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범주 기자 / 진영태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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