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7일만에 알려진 리비아 한국인 납치…정부가 엠바고 요청한 이유는?
입력 2018-08-02 07:28  | 수정 2018-08-09 08:05


리비아에서 한국인이 현지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사실이 사건 발생 27일 만에 알려진 것이 엠바고(보도 유예) 때문이란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엠바고는 '보도 유예'를 의미하는 단어로 취재원과 기자가 서로 협의된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 부처에선 통상 일정한 규칙을 가진 기자단이 운영되는데, 취재원인 정부가 엠바고를 요청할 경우 기자단 회의를 통해 해당 엠바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외교부 기자단은 피랍자 석방 노력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감안해 사건 발생 직후 외교부의 엠바고 요청을 받아들여 어제(1일) 동영상 공개 이전까지 보도를 자제해왔습니다.


외교부는 사건 공개로 방침을 전환한 데 대해 "사건 발생 초기 리비아 내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엠바고를 요청해 유지해왔다"며 "그러나 1일 오전 현지 유력언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랍자들의 동영상이 게재된 상황에서 해당 동영상의 국내 유입 차단 어려움, 외국인 피랍자가 포함된 점, 엠바고 유지 시 불필요한 의혹 제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엠바고를 해제하고 경위를 (언론에) 설명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엠바고가 해제되기 전까지 일각에서는 지난달 일부 외신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고, SNS를 통해 국내에도 전파되면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등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사건 발생 27일째인 어제까지 납치 세력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으며, 요구사항도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납치세력이 현지 지방 부족 세력 산하의 무장 민병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어제 '218뉴스'라는 리비아 유력 매체 페이스북 계정에는 피해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영상에는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 1명과 필리핀 국적이라고 밝힌 남성 3명 등 총 4명이 등장해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사막 지역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2분 43초 분량의 영상에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밝힌 중년 남성은 영어로 "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내 조국은 한국이다(please help me, president, our country South Korea)"라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또 "나는 너무 많이 고통받고 있다(too much suffering, too much problem), 매일 나로 인해 아내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my wife, children too much headache everyday regarding me), 제발 대통령님 우리를 도와달라"고도 했습니다.

정부는 납치세력이 조만간 요구 조건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구조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BN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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