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한현정의 직구리뷰]비로소 찾아낸 진주…‘공작’
입력 2018-08-01 07:36  | 수정 2018-08-01 07:3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영화를 기획했을 때 첩보원의 정체성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흑금성이 ‘나는 왜 공작원이 되었을까라고 자문 했을 때, 첩보원으로서의 삶은 끝났죠. 사실 냉정하게 영화를 끝내고 싶었는데…이후 한반도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현재의 모습이죠. -윤종빈 감독”
첩보물이지만 흔한 추격전이나 총격전, 격투신도 없다. 그 어떤 잔인한 장면도 없다. 분노하게 하는 건 오직 ‘불편한 진실뿐이다.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탄탄한 영화적 재구성, 여기에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이 더해지니 다른 건 필요치 않다. 현실적이어서 더 강력한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시의적절한 메시지가 색다른 결의 타격을 가한다. 놀랍도록 현실과 맞닿아 있는 동시에 다시금 뼈아픈 냉전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정한 웰메이드 스파이물의 탄생이다. 바로 ‘공작(감독 윤종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흑금성 사건(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 중 하나)이라는 실화에 바탕에 둔만큼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남북 관계가 북핵 이슈로 전쟁 직전의 긴장감으로 치달아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였던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배우들은 저마다 놀라운 연기력으로 총보다 더 무서운 타격을 가하는 ‘구강액션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며, 감독은 그 기간, 그들을 통해 남과 북 사이에 있었던 긴장감과 더불어 같은 민족이기에 오갈 수밖에 없었던 미묘한 교감들을 폭넓게 담아낸다.
북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자 정보사 소령 출신 박석영(황정민)은 안기부에 스카우트 돼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수년에 걸친 공작 끝에 북측의 핵심 인사 리명운의 신뢰를 얻은 그는 북한 권력층마저 사로잡지만, 1997년 남한의 대선 직전 남북 수뇌부가 충격적인 거래에 나선 것을 알고 극심한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그리고 감독은 그를 통해 한반도의 비극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그렇게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감독은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악을 물리치고 응징하는 전형적인 첩보물의 문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치열한 ‘심리전을 집요하게 요리한다. 적국이면서도 같은 민족이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현실적으로 녹여내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적인지, 피아의 명확한 식별을 끊임없이 교란시킨다.
현실과 영화적 경계를 기막히게 넘나드는 캐릭터들은 또 어떠한가. 예상을 뛰어 넘는 뜨겁고도 묵직한 브로맨스를 보여주는 ‘흑금성 박석영(황정민)과 북한 노동당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을 비롯해 조진웅과 주지훈이 연기한 최학성과 정무택 역시 공감할 여지가 충분한 입체적인 캐릭터들이다.
국적을 떠나 네 사람 모두 조국과 민족을 위한다는 신념이 가득한 인물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서로 다른 혹은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사실도 있고 영화적 판타지도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결국 지금의 현실로 귀결된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고,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고, 지난 일이지만 반드시 우리가 알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더 격하게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임을 깨닫게 한다. 오는 8월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kiki202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