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6개국 배우로 세계 축제 만든다
입력 2018-07-30 15:42 
`라이온 킹` 펠리페 감바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미국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년 개봉)에서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이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조 풀로 장식한 사각 모자를 씌운 코러스 배우들이 합창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 무대를 만들었다.
테이머는 90분짜리 원작 애니메이션을 150분 뮤지컬 무대로 바꾸기 위해 온갖 상상력을 동원했다. 영화에서 잠깐 나온 캐릭터들을 강화하고 스토리를 보강해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비중이 커진 대표적인 캐릭터가 개코원숭이 '라피키'와 암사자 '날라'다. 아프리카 전통 리듬 노래로 무대를 여는 '라피키'는 마을을 다니면서 병을 고쳐주고 지혜를 나누는 여성 주술사가 된다. '날라' 역시 용맹한 여전사가 되어 '심바'가 왕의 자리를 되찾는 것을 돕는다.
라이온 킹 명장면 [사진 제공 = 연합뉴스]
1997년 처음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을 때 관객도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펄럭거리는 대형 천을 보고 폭포수가 쏟아진다고 느껴야 하며, 마스크를 쓰고 퍼펫(꼭두각시)을 조정하는 사람을 동물로 생각해야 한다.
무대와 객석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현실을 뛰어넘은 덕분에 뮤지컬 '라이온 킹'은 지난 20년간 20개국 100개 도시에서 9500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라이온 킹의 매력속으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브로드웨이 무대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탄생 20주년을 맞아 세계 투어중이며 오는 11월 9일~12월 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내년 1월 10일~3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월부터 부산 드림씨어터 개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일본 극단 시키가 2006년부터 1년간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어로 '라이온 킹'을 공연한 바 있지만 영어 오리지널 무대는 국내 처음이다.
라이온 킹 [사진제공 = Joan Marcus]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제작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 시어트리컬그룹 관계자들과 배우들이 30일 서울 신세계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온 킹' 탄생 배경과 제작 과정 등을 들려줬다.
펠리페 감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 이사는 20년간 사랑받은 비결로 "비밀병기는 연기자들이다. 정말 재능있는 연기자들이 함께 팀을 이뤘다. 애니메이션부터 뮤지컬까지 작가와 음악가, 배우의 능력 등 집단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라이온 킹
이날 동석한 음악감독(지휘자) 마이크 샤퍼클라우스도 '그룹 퍼포먼스'를 강점으로 꼽았다. 네덜란드 왕립 암스트레담 음악원 석사 과정을 졸업한 그는 "2003년 퍼커션(타악기) 연주자로 합류할 때부터 '라이온 킹'이 내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예감했다. 매번 공연 때 만나는 배우들이 특별하고 계속 연기가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번 투어는 16개국 아티스트와 일한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라피키' 역할을 맡은 배우 느세파 핏젱은 "시간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매력이다. 왕의 여정을 가는 '심바'처럼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생각하게 만든다. 20년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고 밝혔다.
감바도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 안에 있는 동심을 움직이는 뮤지컬이다. 처음부터 어른을 위한 철학을 담아 제작했다"고 말했다.
마이크 샤퍼클라우스 음악감독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라이선스 공연만 해오다가 이번에 처음 월드 투어팀을 결성했다. 20년 공연 역사를 세계 축제로 만들기 위해 다국적 배우들을 기용했다.
감바는 "월드 투어는 마치 마을 전체를 옮기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100명 이상 인력을 동원해 장비와 소품, 의상 등을 옮겨야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타협하지 않고 최고 무대를 만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감바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확신한다. 관객들이 뮤지컬을 잘 이해하고 관람 욕구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 배우들의 재능 덕분에 한국 뮤지컬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2006년 극단 시키의 서울 공연이 흥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핏젱은 "월드 투어는 새로운 문화와 사람, 언어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한국 공연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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