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온서적 지정` 헌법소원한 군법무관들, 징계 처분 무효
입력 2018-07-30 14:44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 장하준 교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불온서적 지정을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징계를 당한 군법무관들이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한모씨 등 4명이 육군참모총장 등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한씨 등의 완전 승소를 선고했다. 지난 2009년 4월 첫 소송을 제기한 후 9년만이다.
국방부는 지난 2008년 7월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해 총 23권의 책이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서적이라며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여기엔 소설가 현기영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민속학자 주강현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세계적 석학 놈 촘스키(Noam Chomsky)'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등이 포함됐다.

이에 한씨 등 군법무관 7명은 같은 해 10월 이 지시가 군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들이 절차를 밟지 않아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군무 외의 일로 집단행동을 해 복종 의무를 어겼다면서 징계를 내렸다.
헌법소원을 주도했던 지모씨 등 2명이 파면을, 한씨 등이 징계유예 및 감봉에 처해졌다.
이들은 징계 조치에 불복,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지씨 등 2명의 파면 처분이 과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파면조치가 지나칠뿐 징계 사유는 인정되며 한씨 등의 경징계 조치도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법원은 한씨 등에 대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행정3부는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 규정은 의무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들의 헌법소원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령 문언에 비춰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오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서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청구권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 절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군무 외의 일로 집단행동을 했다는 판결 역시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 행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원고들은 해당 지시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라면서 "그로 인해 군 내부 지휘 명령체계에 심각한 훼손이 초래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모든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한씨 등에 대한 징계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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