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통큰 투자…진격의 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며 대규모 투자와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증권가는 향후 반도체 메모리 사업의 성장성에 대해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메모리 가격을 떨어뜨리면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경기도 이천에 첨단 미세공정을 갖춘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3조5000억원을 투자해 연내 약 5만3000㎡ 용지에 M16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한다. 새 공장은 2020년 10월 완공할 방침이다. M16 신공장의 생산라인에는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극자외선(EUV) 장비가 투입된다. 생산라인까지 모두 완공되면 총투자액은 1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신규 공장에서 2026년까지 발생할 경제적 파급 효과로 80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과 26조2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34만8000명의 고용 창출 등을 예상했다. 올 하반기 청주 M15 공장 가동과 중국 우시공장 클린룸 확장 등을 통해 생산능력을 키워온 SK하이닉스는 M16 조기 투자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방침이다.
SK하이닉스가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은 내년부터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D램, 낸드플래시 등 제품을 처음 양산하는 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SK하이닉스는 27일 공시를 통해 적정 주가 확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2200만주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득 예상 기간은 28일부터 오는 10월 27일까지며 취득 예정 금액은 1조8282억원이다.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은 2015년 7월 2200만주 취득 이후 두 번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신규 설비투자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시장에 내비쳤다"고 해석했다.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SK하이닉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3000원(3.61%) 급등한 8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호실적과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설비투자가 공급과잉이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26일 투자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에 8조원을 지출했는데 하반기에는 M15 완공으로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설비투자는 총 16조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해 연초에 제시한 '30% 증가'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업계 전체의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 증가율은 연초 예상보다 높은 각각 22%, 44%로 예상된다"며 "4분기부터는 모바일 D램뿐 아니라 서버 D램 부문에서 고정거래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이후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서버 D램의 가격이 상승했는데 올해부터 데이터 트래픽 증가율도 하락하고 데이터센터의 설비투자도 고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공급과잉인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세는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메모리 업황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27일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기존 9만60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0만1000원에서 10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국 우시공장의 미세공정 전환 효과 덕분에 D램 출하량은 전년 대비 19% 늘어나는데 이는 D램 가격 하락분을 충분히 만회해 매출이 증가한다"며 "전체 이익의 75%를 반도체 부문에 기대고 있는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 4배도 안 되는 낮은 밸류에이션에 4분기 이후 메모리 업황이 부진할 가능성이 이미 주가 수준에 반영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