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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김기희가 보는 MLS
입력 2018-07-27 06:06 
김기희는 시애틀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美 산호세)=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산호세) 김재호 특파원] 지난 26일(한국시간) 어베이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호세 어스퀘이크스와의 원정경기가 끝난 뒤 시애틀 사운더스 라커룸. 선수들은 이날 승리(1-0)를 즐거워하며 옷을 갈아입거나 취재진을 만나 경기 내용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미국프로축구(MLS)는 믹스드존을 운영하는 다른 프로축구와 달리, 야구나 농구처럼 경기 후 라커룸에 기자들이 들어온다. 시애틀 소속 수비수 김기희(29)의 눈에도 이는 신기한 모습이었다. 라커룸 한켠에서 만난 김기희는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시애틀로 이적, 처음으로 MLS 무대를 밟은 그에게 신기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처음에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며 미국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왔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MLS는 한국과 미국의 큰 시차만큼 낯선 리그였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중이다.

▲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 축구에게 MLS는 낯선 땅, 볼모지와 마찬가지다. 앞서 홍명보(LA갤럭시), 이영표(밴쿠버 화이트캡스)가 뛴 경험이 있지만, 이들에게 MLS는 은퇴 직전 거쳐가는 무대였다. 야구, 풋볼에 밀려 외면받는 리그, 은퇴 직전 선수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곳,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MLS의 이미지다.
그러나 김기희는 고개를 저었다. "직접 와서 경기와 훈련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어느 리그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좋은 환경임을 알았다. 경기 수준도 내 생각을 확 벗어났다"며 직접 경험한 미국 축구에 대해 말했다.
그의 말처럼 MLS는 이제 더이상 노장 선수들이 황혼의 시간을 보내는 그런 리그가 아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갤럭시), 웨인 루니(DC 유나이티드) 등 유럽 무대에서 이른바 "한물 간" 선수들이 뛰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많은 유망한 선수들이 뛰고 있기도 하다.
앞서 K리그와 중동, 중국 축구를 경험한 그는 "피지컬이 힘든 것을 처음 접했다. 경기를 뛸 때 선수들이 엄청 빨리 접근하고, 압박이 엄청 빠르다. 탈압박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며 MLS에서 기존에 아시아 축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경력을 쌓은 선수들도 많이 오지만, 동시에 중남미에서 어린 선수들도 많이 온다. 이들 중 개인기가 월등한 선수들이 많다"며 리그 수준이 떨어지지 않음을 강조했다.

다른 종목들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흥행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 이날 경기는 최하위 팀 산호세가 주중에 갖는 홈경기였음에도 1만 4천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시애틀은 같은 지역 연고 풋볼팀 시호크스와 경기장을 같이 쓰고 있는데 홈경기마다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온다.
그는 "축구는 여기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경기장은 가는 곳마다 만석이고 우리 홈구장은 4만 명이 넘게 온다. 경기장이 꽉차는 것을 보면 놀랍다.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리그 흥행도 다른 리그에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 목표
어디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환경이기에, 그는 이곳에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 단계 성장해서 더 높은 리그에 도전하는 것이 내 꿈이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는 이곳에서 독하게 하고 있다. 전담 통역도 없이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며 생활하고 있다. "통역에 의지하면 영어가 늘지 않을 거 같아 통역을 두지 않았다. 구단에서 개인 과외도 붙여주고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다." 경기 중에 사용하는 용어들은 나라마다 비슷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뛰었지만 본선에서 외면받은 김기희. 그는 이를 실력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MK스포츠 DB
시즌 초반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는 부상 회복 이후 주전 수비수 자리를 꿰찼다. 브라이언 슈메처 감독은 "그가 우리 팀 스쿼드에 있어 정말 행복하다. 그는 재능 있는 센터백"이라며 김기희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김기희에게 2018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해이기도 하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 꾸준히 출석 도장을 찍었던 그는 정작 본선 무대에서는 외면받았다. 대표팀에서 함께 뛴 동료들의 모습을 TV로만 지켜봐야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부상보다는 내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며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했다. 그는 "본선에 뛴 선수들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웨덴 대표로 뛰었던 팀 동료 구스타보 스벤슨(31)은 그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존재다. 삼십대에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그는 '다른 선수들이 나를 보며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했다. 그의 이말은 김기희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는 "이곳에서 실력을 다져 더 좋은 리그로 나가고 싶다. 다음 월드컵도 노릴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게 MLS는 선수 경력의 종착역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가는 환승역이다. greatme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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