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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백혈병` 이어 `즉시연금`까지…삼성의 고육책
입력 2018-07-26 17:52 
◆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
삼성생명 이사회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즉시연금 일부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삼성그룹 내부 분위기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사회적 논쟁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거나 최대한 성의를 보인다는 취지에서다. 옳고 그름을 끝까지 가리기 위해 법적 다툼을 벌이기보다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면 최대한 포용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최근 삼성의 분위기가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그룹 전반에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분쟁과 관련해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중재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가 향후 어떤 중재안을 내놓더라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10년 이상 끌어온 반도체 직업병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구체적인 중재안이 나오기도 전에 "무조건 수용"에 합의한 것은 삼성그룹의 기존 문화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것으로 첨예하게 대립해 온 사회적 이슈를 대하는 태도가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직원 8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문제 삼자 곧장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고 화재·전기 보유 물산 지분 매각 방침도 밝혀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부터 일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룹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파격적인 쇄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을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처럼 대대적으로 쇄신 방안을 한꺼번에 발표하지 않고 이슈마다 조용하면서도 파격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고용, 반도체 직업병 분쟁, 순환출자 해소 등 상당히 비중 있는 이슈를 풀어 나가는 방식부터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상고심이 진행 중인 점을 의식해 삼성그룹이 지나치게 정부 눈치를 보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일련의 내용을 보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쇄신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고육지책으로 비쳐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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