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 모씨(27)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반지 사진을 하나 올렸다. 반지에는 가부장제를 없애자는 의미의 'SMASH patriarchy'라는 문구도 있다. 이 씨만의 '비혼(非婚)' 반지다. 그는 "주위에 비혼 의사를 밝히면 따가운 시선과 위로에 위축되고 만다"며 "비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맞서고자 비혼 반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비혼 반지를 찾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단지 개인이 비혼을 기념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비혼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에 맞서는 수단으로 비혼 반지를 낀다. 전통적 가족 문화에 대응하는 '비혼 운동'의 상징물인 셈이다.
지난 4월 페이스북 '비혼 인식 개선 프로젝트' 페이지에는 비혼 반지를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페이지 운영자는 "비혼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기혼처럼 비혼 또한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글을 공유한 대학생 김 모씨(22)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비혼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혼 반지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라면서 "인식이 개선되면 비혼 반지도 사실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페이지는 일반 시민, 비혼자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온라인 상에서 비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려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는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한 비혼 반지·목걸이 판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 창작자는 "결혼 문화 자체는 축복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결혼은 여성에게 축복만이 아니다"면서 "'비비탄(비혼 비출산 탄탄대로) 여성'을 위해 비혼링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후원자들에게 비혼 반지를 증정하는 이 프로젝트는 일주일 만에 목표 후원 금액의 801%를 초과한 561만원을 달성했다. 누리꾼들은 "응원한다", "연대한다"는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홀로 지내는 여성 1인가구는 10년 전보다 약 48% 증가했다. 비혼을 택한 여성도 10년 전에 비해 전 세대에 걸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취업난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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