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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무역전쟁에 믿을건 기술혁신株
입력 2018-07-23 18:07  | 수정 2018-07-23 20:17
유럽연합(EU)이 지난 19일 23개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미국이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수출길이 막힌 철강 물량이 유럽으로 덤핑돼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처사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유럽까지 무역전쟁에 뛰어든 것이냐며 걱정스러운 눈초리다.
자동차 관세 부과와 관련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일정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서 시일을 앞당겨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월 7일 오하이오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고, 무엇보다 11월 중간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 성과가 필요하다. 당분간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주어진 상수라는 얘기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무역전쟁은 이미 주식시장에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230선 근처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후행 기준으로 장부가치 1배는 지금까지 벌어 놓은 이익만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매우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방식이다. 여기까지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이미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를 가정하고 거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극단적 비관론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슈가 여전함에도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 긴축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여타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맞서 공동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은 없는지, 이로 인해 수혜를 보거나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이동할 만한 업종은 없는지 관찰이 필요하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위안화 약세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향후 위안화 강세의 나비 효과는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6일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관세 부과가 시작된 후 주요 국가 증시와 통화 변화율을 계산해보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는 주식시장이 상승했고 외환시장도 견고했다. 한국과 중국의 타격이 제일 크긴 하지만 무역전쟁 우려가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또 기술 혁신을 통해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는 기업군에 대한 관심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프랭클린템플턴그룹의 신흥국 투자 전문가로 유명한 마크 모비우스는 신흥시장은 10% 추가 하락하겠지만 이번 조정은 좋은 기업을 살 수 있는 절호의 매수 기회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인도·한국·베트남은 미국의 직접적 공격을 받는 중국과 멕시코의 빈자리를 채우며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비우스는 한국 정보기술(IT) 섹터가 유망하다고도 언급했다. 최근 그는 템플턴그룹에서 나와 개인 투자회사인 모비우스캐피털을 설립했는데 한국·대만·일본의 IT 업종 전문가를 시니어 애널리스트로 채용해 화제가 됐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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