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목표전환펀드, 잇단 `목표이탈`에 자금 썰물
입력 2018-07-22 17:17  | 수정 2018-07-22 19:51
방망이를 짧게 쥔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목표전환형 펀드가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데다 목표 전환 이후에도 채권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변동성 장세가 시작되면서 6450억원의 투자금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환매세가 커지면서 설정액이 줄고 있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출시된 72개 목표전환형 펀드 중 최근 1개월간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펀드는 19개에 불과했다. 이 중 대다수는 채권형으로 전환해 수익률이 1% 안팎에 불과했고, 그나마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는 KB미국금융주목표전환펀드(3.64%), 유리글로벌거래소목표전환형펀드(2.53%) 등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대다수 펀드는 조정장을 맞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으로 치명타를 입은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목표전환형 펀드들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하이중국4차산업목표전환형 펀드3은 최근 1개월간 8%를 넘어서는 손실률을 보였고, 동양차이나본토목표전환 펀드와 하이천하제일중국본토목표전환형 펀드 역시 -7~-6%대 수익률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조정 국면에 놓이면서 국내에 투자하는 목표전환형 펀드 역시 시들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북 경제협력 수혜주에 투자하는 하나UBS그레이터코리아목표전환 펀드는 최근 1개월간 손실률이 5%를 상회했고, 코스닥150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트폴리오에 두루 담는 BNKKOSDAQ150분할매수목표전환형 펀드 역시 -3.17% 수익률로 고전하고 있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설정 후 5~8%가량 수익을 내면 채권형 펀드로 전환해 수익률을 유지한다. 2016년에 출시한 목표전환형 펀드는 5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가파르게 증시가 오르면서 59개가 신규 설정됐다. 짧은 기간에 약간의 이익을 본 뒤 빠져나오려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상품으로 시장 레벨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각광을 받았다. 이 같은 추세는 변동성이 부쩍 커진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1월에서 3월 사이 출시된 목표전환형 펀드만 59개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가 비틀거리자 단기간에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펀드 출시가 뚝 끊겼다. 매월 10개 이상 신규 목표전환형 펀드가 출시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신규 목표전환형 펀드가 단 1개 상품에 그칠 정도다.
수익률 부진에 설정액 역시 크게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이 유입됐지만 2분기에는 1000억원도 채 모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1개월 동안은 24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설정액이 줄고 있는 양상이다. 6월 이후 신규 출시된 7개 목표전환형 펀드 중 설정액 100억원을 넘긴 상품은 '유리베트남분할매수목표전환형 펀드'와 'KB미국인덱스목표전환 펀드' 2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목표전환형 펀드가 하락장을 방어할 만한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아 일반 주식형 펀드와 큰 차별성을 드러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배트를 짧게 잡고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절대 수익을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글로벌 시황이 비틀거리면서 불과 몇 개월 만에 목표전환 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며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하반기 증시 역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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