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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언터처블 심창민 “야구가 소중해졌다”
입력 2018-07-21 11:50 
심창민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심창민(25·삼성)은 성장했다. 올해 KBO리그 최고 마무리투수 중 한 명이다.
심창민은 20일 현재 41경기에 나가 4승 13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하고 있다. 10세이브 이상 투수 중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25세이브를 올렸던 2016년보다 전반기 페이스는 더 좋은 편이다.
특히 5월 11일 대구 KIA전 이후 23경기 중 무실점이 22번이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0.72(25이닝 2실점)에 불과하다. 12경기 연속 무실점 중이다. 심창민의 시즌 WHIP는 0.85다. 10개 팀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낮다. 세이브 1위 정우람(한화)의 WHIP는 0.92다.
시련도 있었다. 2015 WBSC 프리미어12,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의 꿈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툴툴 털어냈다. 오히려 그의 공은 날이 갈수록 더욱 위력적이다.
포수 이지영은 심창민의 호투에 대해 구속이나 구위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예전과 비슷하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니 마운드 위에서 여유를 갖더라”라고 전했다.
특히 볼넷이 확연히 줄었다. 10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9이닝 볼넷이 1.96개다. 지난해 심창민은 볼넷이 44개로 많았다. 피안타(55개)와 큰 차이가 없었다. 주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피홈런(12개→3개)까지 줄면서 ‘언터처블이 됐다.
-지금까지 개인 성적으로 베스트 시즌 같다.

운이 좋은 시즌이다. 야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운이 크게 작용한다. 빗맞았는데 안타가 될 수 있으며 잘 맞았는데 야수 정면으로 가기도 한다. 그렇게 운이 따르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같다.
-김한수 감독은 빠른 승부를 펼치는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했다.
타자와 승부에서 확률 높이기 위해서다. 야구는 결국 확률이다. 3구 이내 승부까지는 아니지만 3구에 1B 2S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투수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2B 1S는 불리해진다. 유리한 볼카운트 잡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개인 최다 25세이브 경신도 가능하다.
세이브는 상황이 주어져야 한다. 개인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현재 팀 승리가 많지 않다(41번 이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 세이브가 아니라 팀 승리다. 4점차 등판도 많았다.
-5월 11일 대구 KIA전 이후 실점이 한 번뿐이다.
6월 3일 마산 NC전만 실점했다. 3연투를 했던 경기인데 (구)자욱이가 구해줬던 날이다. 그 외에 무실점이다. 아무래도 좋은 결과를 얻으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오늘도 막을 것 같다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갖는다. 멘탈이 좋아졌다.
심창민은 겨우내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지난해는 다소 주춤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 경기만 더 뛰면 370경기를 등판한다. 야수로 치면, 1000경기 이상이다. 난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투수다. 그렇게 경기를 나가니 경험이 축적됐다. 기술적으로는 무엇보다 제구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볼넷이 많아 스스로 짜증이 났다. 볼넷을 줄이면 WHIP가 낮아진다. WHIP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주자를 안 내보내 실점 확률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지난해와 올해, 셋업맨과 마무리투수를 번갈아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내가 왜 안 될까라는 생각은 없었다. 올해는 (장)필준이형이 아파서 시즌 초반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블론세이브 후 보직이 바뀌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필승조는 마무리투수나 셋업맨이나 등판 순서만 다를 뿐 같다. 오히려 셋업맨이 더 힘들다. 9회보다는 7,8회가 흐름이 뒤바뀔 확률이 더 높다. 오승환 선배가 경이적인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그 앞에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 권혁 등)좋은 불펜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강조하나 야구는 단체 종목이다. 불펜은 상생해야 한다. 다 같이 도와야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삼성 팬은 심창민을 가리켜 ‘불펜의 에이스라고 부른다. 그 칭호는 어떤가.
가끔씩 듣는데 솔직히 신경 쓰지 않는다. 난 당연히 그만큼 해야 하는 선수다. 잘하면 본전이다. 못하면 비판이 뒤따른다. 필승조의 숙명이다. 중요한 보직은 책임감이 뒤따른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렇게 받아들이니 무뎌지게 되더라.
-올해 성적 중 눈에 띄는 게 홈경기 평균자책점(1.57)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을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 지난해 홈에서 뜬금없이 한 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볼넷도 적지 않았다. 그 두 가지를 줄이겠다고 시즌 전에 말했다. 말이란 게 무섭다. 그래서 꼭 지키고 싶어 많이 노력하는 중이다.
-늘 진중하고 설계한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올해 심창민이 배우고 있는 것은.
야구가 소중해졌다. 올해는 시련도 있었다. 긍정을 심어주는 책도 많이 읽었다. 30대 후반에도 야구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시기다. 그렇지만 언제 다쳐서 갑자기 그만 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수많은 선배들에 비해 아직 많이 어리지만 나도 꽤 많은 경기를 뛰었다. 다소 경솔한 발언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도 이제는 한 타자씩 상대하는 게 소중하게 느껴진다.
심창민이 많이 웃어야 삼성도 많이 웃을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올해도 9경기를 더 뛰면 6년 연속 50경기 출전이다. 19경기에 나가면 4년 연속 60경기 출전이다.
내가 꾸준함의 상징 아닌가(웃음). 크게 아팠던 적은 없었는데 특별히 비결을 없다. 부모님께서 ‘좋은 몸을 만들어주셨다. (유년 시절)체구가 작은 편이었지만. 적당한 훈련과 적절한 훈련을 잘 해서 지금껏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었다. 정우람 선배는 큰 부상 없이 755경기를 뛰었다. 대단한 기록이다.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나만의 경쟁력은 모르겠다. 올해 많이 느낀 점 중 하나는 더 이상 구속만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생각이 바뀌었다. 타고투저의 시대에 150km를 던져도 타자가 정확히 맞힌다. 야구팬은 투수가 왜 저러냐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정도 감안해줘야 한다. 야구장은 점점 타자 친화적으로 바뀌며, 공과 배트의 반발력은 더욱 좋아졌다. 스트라이크존은 아직도 좁다. 투수만의 고충이 있다. 야구가 점수가 나야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하나 투수전이 주는 긴장감도 있다. 선발투수 부문 상위 기록도 외국인선수가 차지하고 있다. 점점 국내투수가 타고투저 시대에 살아남기가 어렵다. 그 가운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까. 지향하는 게 달라졌다. 구속보다 제구와 무브먼트가 중요해졌다.
-5위 넥센과 3경기차다. 올해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까.
5위를 바라보고 하면 안 된다. 한 경기, 또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치른 뒤 결과가 나온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KIA가 지난해 우승을 했으며, 두산이 올해 선두를 달리는 것이다. 나도 마무리투수로서 임무를 완수해야 팀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직책에 따르는 부담은 늘 있을 수밖에 없다. 250경기 이상은 그 같은 심정이었다.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정말 어려운 것 같다(웃음).
심창민
1993년 2월 1일생
185cm 86kg
동삼초-경남중-경남고-삼성
2011년 삼성 2차 1라운드 4순위
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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