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사업 `배터리·바이오` 집중하던 LG화학, 범용설비 투자 나선 까닭은
입력 2018-07-17 16:55 

LG화학이 전남 여수시에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생산 납사분해설비(NCC)의 신설 투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전까지 LG화학은 배터리·바이오 등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해왔으며, 범용제품인 에틸렌 생산 설비의 규모 키우기에 집중해온 회사는 LG화학의 경쟁사인 롯데케미칼이기 때문이다.
17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국내 기준 각각 연간 220만t과 210만t인 생산능력을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
LG화학은 여수에 새로 지을 NCC의 규모나 투자금액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규모로 2조원 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0월에도 충남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현재 104만t인 생산 능력을 127만t으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이전까지 LG화학의 투자는 신성장 동력인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레드 바이오 분야에 집중돼 왔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중국, 폴란드 등에 현지 공장을 세웠고 최근에는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금속 조달을 원활히 하는 데 주력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팜한농을 인수해 그린 바이오에 진출하는 한편, 생명과학본부의 의약품 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 업계는 LG화학의 이번 신규공장 건설 추진이 본업에서의 수익성 강화 차원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직 신사업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탓이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 6508억원의 영업이익 중 6369억원을 기초소재 부문에서 벌었다. 10여년째 투자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이 예상되고 있고, 의약품 분야도 신약 개발에 투자가 계속돼야 할 상황이다.
경쟁사의 공격적인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올 연말까지 국내 생산 능력을 23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더해 지난 5월에는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해 만든 현대케미칼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콤플렉스(HPC)를 짓기로 했다. HPC는 원유을 정제한 뒤 남은 잔사유를 활용해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제품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공격적으로 에틸렌 생산 능력을 키워왔다. 우선 말레이시아 NCC와 우즈베키스탄 에탄분해설비(ECC·셰일가스 부산물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는 각각 연간 81만t과 4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산 100만t 규모로 지어지는 미국 루이지애나 ECC는 오는 10월 완공된다. 모든 공사가 끝나면 롯데케미칼은 국내외에서 연간 45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7위 업체가 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1·2위를 놓고 다투는 두 회사가 생산량 늘리기 경쟁에 돌입했지만, 문제는 에틸렌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한국 업체 뿐 아니라 글로벌 석유화학업계의 에틸렌 생산량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늘어왔다. 특히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ECC가 많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신규 가동을 시작한 북미지역 ECC의 규모는 연산 700만t 정도다.
이에 지난해 t당 645~777달러이던 북미 지역 에틸렌 가격은 지난 5월 573달러까지 떨어져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초 업계는 북미 지역 화학업체들이 운송비를 지불해가며 아시아 역내로 에틸렌을 수출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최근 북미지역과 아시아지역의 에틸렌 가격 격차가 벌어지면서 북미산 에틸렌의 아시아 수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계속 증설이 이뤄지는 다운스트림 생산 설비에 투입할 원료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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