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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실 직시 제대로 못하는 한국관광공사
입력 2018-07-17 15:56  | 수정 2018-07-18 08:08
장주영 기자

"최근 남북관계 개선 등을 반영해 한반도관광센터를 신설하겠다."
안영배 신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최근 불고 있는 남북 해빙무드와 그에 따른 통일 시대를 기대하며 보면 꽤 그럴싸한 일성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최근 기류에 편승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찾아볼 수 없다. 구체적 액션플랜, 그러니까 알맹이가 빠져 있다.
안 사장은 "한반도관광센터 등 새로 만드는 조직개편을 통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사회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 등에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담부서 강화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얘기만 놓고 보면 한반도관광센터는 관광이 핵심이 아니라 일자리가 주가 된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관광의 탈을 썼을 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달성에 일조하겠다는 신임 사장의 충성서약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반도 평화 관광은 물론 중요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통일 이후 가장 큰 역점사업 중 하나가 평화 관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실행방안이 수반돼야 한다. '어떻게'가 없이는 제대로 일을 진행할 수 없는 법이다. 단순히 인력 충원하고, 조직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확실한 추진 방향과 동력을 갖춘 뒤 그에 맞게 인력을 편성하는 것이 먼저다. 여기에는 업계와 학계 등을 통한 면밀한 분석과 대안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여러 번 다진 땅이 견고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계획 발표에서 그런 부분은 명확하지 않았다.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한 달 전으로 돌아가 보자. 안 사장이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고 알려지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에 관광과 연관된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시선이 강했다. 더구나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 차장을 역임하고,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사무처장을 지낸 이력이 더해지며 '친노 인사라서'라는 꼬리표까지 따라붙었다.
당시 이런 논란에 대해 안 사장은 "언론과 홍보를 비롯해 여러 부문에서 활동해 온 경험을 토대로, 새로움과 나눔, 보람 등 여행이 삶에 주는 세 가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취임의 변을 밝혔다. 아울러 "여행을 통해 새로운 체험을 하듯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지 말자"며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관광산업에 새 바람을 일으키자"고 포부를 전했다.
취임사를 발표하고 딱 한 달이 지난 어제 안 사장이 보인 행보는 관광공사의 수장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현재 우리 관광업계가 처한 상황을 보면 더 그렇다. 한반도관광센터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먼저 17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관광수지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관광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역시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등 메가 이벤트 덕에 잠시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의 방문이 늘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싸구려 관광과 답보상태의 관광인프라 개선 역시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다.
모든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일의 우선순위를 나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괜히 다른 것에 신경 쓰거나 힘을 낭비하는 일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안영배 사장에게 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아니 영화 '곡성'의 대사 한 구절을 추천한다. "뭣이 중헌디."
[디지털뉴스국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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