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사 96%가 학생·학부모에 전화번호 공개…"대부분 퇴근 후 연락와"
입력 2018-07-17 14:59 

대부분의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고, 그 중 90% 가량이 일하는 시간 외에도 전화나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술을 마시고 전화하거나 지인과 소개팅을 종용하는 등 교육활동 범위를 넘어선 연락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호소했다.
1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6~20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원 1835명을 이메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 1769명(96.4%)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적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알려준 적 없다는 교사는 3.6%(66명)에 그쳤다.
학생·학부모에게 실제 전화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SNS 메시지를 받은 적 있다는 교사는 1757명(95.8%)이었고 그런 적 없다는 교사는 74명(4.0%)이었다. 교총은 "전화와 휴대전화 메시지가 '비상연락수단'이 아닌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 일상적인 소통방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근무 시간 외 연락이다. 학생·학부모로부터 전화·메시지를 받은 적 있는 교사 1132명(64.2%)는 "근무시간과 근무시간이 아닐 때 구분 없이 수시로 전화·메시지를 받았다"고 답했다. 전화·메시지를 받은 시간이 주로 퇴근 후라는 교사는 378명(21.4%), 주말·공휴일이었다는 교사는 56명(3.2%)이었다.

특히 교사들 중 239명(13.6%)은 교육활동과 무관한 전화·메시지들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한 교사는 "술을 마신 학부모가 전화·메시지로 욕을 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른 교사는 "젊은 여교사에게 아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학부모로부터 스토킹 수준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여교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사 1251명(68.2%)은 학생·학부모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데 반대했다. 찬성은 377명(20.5%)이었다. 교총은 이날 하윤수 회장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학교구성원 간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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