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네이버 `R&D의 힘`…현대車 시총 넘본다
입력 2018-07-16 17:50  | 수정 2018-07-16 20:40
미래사업에 연간 1조원을 투자하는 네이버가 노동조합 악재로 신음하는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기세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하는 네이버는 최근 금융권 클라우드 사업 규제가 사라지면서 그동안의 투자가 빛을 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는 최근 3년 평균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노조 파업 관련 손실로 인해 미래사업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서로 다른 업종의 두 종목이지만 올 들어 비용 증가에 따라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선 닮은꼴이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네이버는 올 하반기 주가가 반등하고 있는 반면 최근 7년 연속 파업 관련 '청구서'를 지불해야 하는 현대차는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16일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현대차·네이버 등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현대차 시총은 30조6184억원으로 네이버(22조522억원)보다 8조5000억원 이상 앞서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6월 1일~7월 13일) 들어 네이버 주가가 15.2% 반등한 반면 현대차는 11.9% 하락했다. 양사 간 시총 차이도 1조5693억원 규모로 줄었다. 5월 21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주가 흐름도 지배구조 이슈에서 벗어나 실적과의 연관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파업이란 악재를 만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시총 8위 네이버가 하반기에 급부상하면서 현대차·포스코·삼성바이오로직스(이상 5~7위)를 사정권에 두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코스피 대형주가 대부분 약세였는데 최근 네이버가 반등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저평가 상태가 아니지만 계속 R&D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대형주 시총 상위 20곳 중 네이버의 R&D 투자 의지가 가장 높다. 지난 1분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5.2%에 달한다.
연간 R&D 투자비도 2015년 8695억원에서 작년 1조1302억원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올해는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R&D 비용이 작년보다 최대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에 3296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R&D 투자 증가는 비용 증가로 이어져 단기 실적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네이버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1258억원으로 작년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 종목을 올 하반기 들어 712억원 규모로 순매수 중이다. 클라우드 등 미래 신사업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작년 7월 경기도 용인에 4800억원을 들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공시했다. 작년 영업이익의 절반 규모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은 1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권의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규제를 내년부터 풀기로 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가 포함된 네이버의 올 1분기 IT플랫폼 매출은 72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6.9% 급증했다.
네이버는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하지만 매출은 클라우드 덕분에 같은 기간 18.2% 증가한 5조5285억원으로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 종목이 신사업으로 기세를 올리는 시기에 현대차는 파업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2일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2012년 이후 7년 연속 파업이란 실적 악재가 발생했다. 파업으로 인해 2015~2017년 3년간 25만2000대 생산 차질을 빚어 손실 규모가 5조4400억원(현대차 추산)에 달한다. 실적 감소로 투자 여력도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 대비 R&D 비중은 2.1%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매년 R&D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1~2%대에 그친다"며 "노조와 외국인(지분율 44.5%)을 위한 인건비나 주주환원 강화에 밀려 과감한 미래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