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전히 강렬한 `블랙 뮤직 퀸` 윤미래
입력 2018-07-15 17:05  | 수정 2018-07-15 21:29
윤미래(가운데)가 댄서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필굿뮤직]
12년만의 콘서트에 객석 후끈
윤미래(37)의 목청은 성능 좋은 우퍼(woofer·저음부를 담당하는 확성기) 같다. 그가 하는 랩은 청자의 귀를 타고 흘러 들어가 가슴까지 진동시킨다. 흑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울림통과 유년기부터 들어온 솔(soul) 음악이 남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플로나 라임 같은 랩의 기본 요소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귀기울여 듣게 하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6시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윤미래가 12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첫 곡은 11년 전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잊었니'. 기승전결이 확실한 전개와 감성적 선율이 돋보이는 노래다. 미국 텍사스 태생인 그의 한국어 발음은 10여 년 전보다 명료해지고, 감정은 더 깊어졌다.
윤미래는 지난 20여 년 간 명실상부 한국의 블랙 뮤직 퀸이었다. 랩과 리듬앤드블루스(R&B) 모두 미국 흑인 음악 정통 솔(soul)을 살려 부르는 능력 때문이다. 여왕으로서 장기 집권한 배경에는 대중성을 포착하는 감각도 있었다. 이날 부른 '잊었니' '떠나지마' 같이 힙합에 무관심한 사람도 즐길 만한 발라드곡을 꾸준히 발표해온 것이다. 공연장엔 전체 2600여 석 중 사각을 제외한 2300여 석이 가득 차 그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걱정했어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무대 뒤에서 (콘서트) 캔슬(cancel·취소)하자고 부탁하고 있었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쉬어서 콘서트해봤자 아무도 안 올 것 같아서요."
그는 DJ 경력이 있는 미군 아버지 덕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접하며 성장했다. 공연 중반 부른 '검은 행복'에는 음악이 청소년기 윤미래에게 준 위로가 드러나 있다.

'어릴 적 내 살색 사람들은 손가락질 해/ 내 마미(Mommy)한테 내 파피(Poppy)는 흑인 미군(…)세상이 미울 때 음악이 날 위로해주네'.
업타운 리더 정연준은 윤미래의 남다른 흑인 음악 감성을 높게 샀다. 이 덕분에 윤미래는 겨우 16살이었던 1997년 이 팀의 데뷔 멤버로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이후 T, 타샤, 제미니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며 예명마다 히트곡을 하나 이상 남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콘서트에도 2000년 여성 듀오 타샤니 시절 노래인 '하루하루'와 '경고'를 불러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2007년엔 남성 듀오 드렁큰타이거로 이름을 떨친 래퍼 타이거 JK와 결혼했다. 국내 힙합계에서 여성과 남성을 각각 대표하는 뮤지션의 결합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공연 중반부 합류한 타이거JK는 두 사람의 부부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아내의 신곡 '개같애'를 함께 부르며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오빤 개 같애 돈도 많이 벌어준다 했지만/맨날 술만 먹고 지랄'.
두 사람은 힙합 레이블 필굿뮤직의 공동 대표로 음악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사·작곡·노래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래퍼 비지, '쇼 미 더 머니' 출신인 주노플로 등 필굿뮤직 핵심 멤버들이 이들 부부와 함께한 콘서트 후반부는 이 패밀리의 위력을 여실히 입증해보였다. 스페셜 게스트로 아이유와 일리네어레코즈 도끼를 초청하며 콘서트 구성도 다채롭게 가져갔다.
한동윤 평론가는 "노래와 랩은 언제나처럼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다"면서도 "(이번 앨범이) 트렌드에 쏠리지 않은 것은 좋지만 세련된 느낌이 안 들고, 한국어 가사 표현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윤미래는 마지막 곡 '시간이 흐른 뒤'를 부르던 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였다. 거기엔 이전 기획사에 사기를 당하며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비쳤다. 그는 "애기도 있고, 그이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고 하다 보니깐 앨범이 계속 늦어졌다"며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아 나왔다. 앞으로 콘서트 활동을 더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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