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52시간제·최저임금 인상, 방향 맞지만 부작용 너무 커"
입력 2018-07-15 15:13  | 수정 2018-07-16 10:52

세계 각국 노동 전문가 2000여명이 서울에서 모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용을 모색한다. 오는 7월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제18차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세계대회가 국내 최초로 열린다. 세계최대 규모 '노사관계 올림픽 축제'인 만큼 행사를 주최하는 ILERA 회장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깨가 무겁다.
이 대회는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3년에 한번씩 열린다. 4개 대륙이므로 아시아에 기회가 오는데만 최소 12년이 걸린다. 아시아권에는 많은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 차례가 다시 오려면 최소 30~4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이번 서울대회의 의미가 크다.
'주 52시간 도입'으로 노사관계는 패러다임 변화를 맞았다. 그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찾는 곳이 많다. 바쁜 와중에 세계 석학을 국내로 초대해 오히려 판을 벌리고 있다. 지금이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세계에 알릴 적기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는 주된 이유가 북핵과 노사문제"라며 "이번 서울 세계대회를 통해 국내 노사관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노사관계를 평가하자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쯤이다. 그럼에도 투쟁 일삼는 강성 노조만 전세계에 보도되면서 노사관계의 안좋은 모습이 많이 부각됐다. 심지어 미국의 LA타임스의 경우 한국을 'Strike to Death',즉 '죽을 때까지 파업하는 나라'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노사관계가 원만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 국내 기업은 인사와 직원교육 제도가 치밀하게 잘 돼있고, 복지도 좋은 편이다. 일부 강성노조때문에 이런 장점들이 가려져왔다"
이번 대회의 의의는 젊은 노사 전문가를 키워낸다는 데 있다.
"공인 노무사와 관련 학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후배들이 많이 자극받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 노사갈등이 상당한데 전문가가 별로 없다. 학자들이 하기엔 '험한 학문'이라는 편견이 한몫한다. 예를 들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80여명 교수 가운데 노사관계 전공은 나 하나다. 다른 유수대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노사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보다 활성돼야 한다."
노사관계는 대변환을 앞두고 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변화에 비견된다. 그에게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물었다. "두 제도의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다. 어느 정책이나 이익보는 사람과 손해보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번 정책은 저임금 노동자, 영세한 자영업자가 가장 손해를 본다. 이들이 직장을 잃어버리고 봉급이 더 많이 줄어든다. 일자리는 더 줄고 양극화는 극심해질 것이다"
해결책이 있을까? "두 제도 모두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정책인 노동정책에서 충격요법은 늘 결과가 좋지 않았다. 2004년에 도입한 주 5일제도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했고 성공 사례로 남았다. 이처럼 두 정책도 예외업종을 두고 5년에 걸쳐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 또 정부는 세부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번 대회서 가장 기대되는 주제로 '일의 미래' 섹션을 꼽았다. 일의 미래가 바뀌니 새로운 형태의 노사관계가 나올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점차 프리랜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앱, 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업무 요청을 받아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도 늘어날 것이다. 더이상 노동조합이 이들을 보호해주기 어렵다. 우버 드라이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조를 구성할 수 있겠는가. 대응책으로 알바노조처럼 연합체 형식의 네트워크 노조로 갈 수 있고, 대리기사 연합회, 우버드라이버 노동조합 같은 준(準)노조가 들어서서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이들은 단체협상이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여론을 환기시키고 법령을 통과시킨다"
노사 전문가는 험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그는 '문학청년' 출신이다. 문학청년이 어느덧 나이 들어 고려대학교 차기 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소설책을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지금도 전자책 킨들을 통해 매일 2시간씩 소설책을 읽는다. 학창시절부터 인문학을 참 좋아했다. 문과대 철학과 수업을 하도 많이 들어서 부전공을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졸업장에 '부전공 철학과'로 찍혔을 정도였다. 경영학에서 인문학과 가장 가까운 것을 찾으니 노사관계였다. 노사 전공은 법·역사·정치·경영 등 모든 것을 아루르는 종합학문이었고 큰 매력을 느껴 30년 넘게 연구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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