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13일 뉴스초점-"알바보다 적게 번다"
입력 2018-07-13 20:08  | 수정 2018-07-13 20:50
"차라리 우리를 잡아가라."
전국 7만 개 편의점 점주가 가입한 편의점 가맹점협회가 정부를 향해 외친 말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최저임금이 내년에 또 오르면 인건비 부담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이를 지킬 수 없으니 범법자로 잡아가려면 잡아가라는 얘깁니다.

다른 영세 소상공인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예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며 '불복종 투쟁'에 나설 뜻도 밝혔습니다. 정치인도, 노조원도 아닌 자영업자들이 정부를 향해 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겠죠. 영세 자영업이나 편의점은 인건비 비중이 비교적 높아,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거든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야간수당, 고용 보험, 거기다가 퇴직금까지 부담하고 나면 사장이 가져가는 돈이 최저임금은 커녕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은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직원을 줄이고, 아예 폐업을 고민하는 업주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음식·숙박·소매 자영업종의 폐업률은 창업률을 앞질렀습니다. 편의점 폐점 수도 월 200개를 넘었죠. 서민들의 임금을 올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증가해 경기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른 고용도 증가할 것이란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현장에서 먹히지 않거나 부작용이 많다면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건지, 보다 정교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죠. 긍정적 효과 90%, 이런 이상적인 구호를 고집하기보다는 나타난 현상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더라도 해보니 안 되는데... 그래도 끝까지 정책을 지키기 위해 우기는 건 결국 국민에게도 자신들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로 끝이 났었다는 과거 정부의 경험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됩니다. 현실적이지 못한 정책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자영업자들을 범법자로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또 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도 그대로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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