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근혜 비판 기사`로 수업한 대학강사…대법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
입력 2018-07-13 14:16  | 수정 2018-07-13 14:21

대학강사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에 대한 비판기사를 강의 자료로 배포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학문의 자유 중 '교수(敎授·학생들에게 지식 등을 가르침)의 자유'의 의미와 그 제한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다. 학문적 연구와 성과를 가르칠 수 있는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12일 영남대 사회학과 강사인 유모씨(51)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수행위는 연구결과를 전달하고 학술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비판과 자극을 받아들여 연구 성과를 발전시키는 행위로서 그 자체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자유롭게 거칠 수 있어야만 궁극적으로 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대중문화'라는 주제를 연구하려면 시대적 배경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유 씨가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언론기사를 강의자료로 활용한 것을 두고 이 사건 강좌의 개설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강의평가를 한 학생 87명 중 1명만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을 뿐 유 씨가 구체적으로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발언을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2012년 9월~10월 영남대에 개설된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라는 강의에서 당시 대선 예비후보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신문기사를 강의 자료로 나눠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2심은 "유 씨가 정권교체를 사업 목표로 하는 단체에 가입해 활동했고, 대학에 제출한 강의계획서 내용에는 이 사건 기사들을 활용할 것이 예정돼 있지 않았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측은 "대법원에서 교수의 자유에 관한 구체적인 법리를 설시(설명)한 바 없고 학계에서도 형사상 범죄성립과 관련해 논의가 정리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 자체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인 교수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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