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행안부와 실무 논의…"사회혼란 조기 안정화 목적"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방부가 계엄선포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촛불집회 당시 사실상 위수령과 계엄의 실행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보수정부 9년 동안 유사시 병력을 동원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서 해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오늘(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1년 12월 '계엄선포 건의 시기 조정'에 대해 청와대와 행정안전부에 검토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당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항의하는 '희망버스' 집회가 수 차례 진행된 직후로, 18대 대선을 1년 여 앞둔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국방부는 국가전쟁지도지침서와 충무계획 상의 계엄선포 요건을 '충무 1종'에서 '충무 1종 또는 2종'으로 완화해 '계엄선포 시기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충무 1종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 충무 2종은 전쟁 위협이 현저히 고조된 상황으로, 이 중 충무 2종은 극심한 사회혼란이 벌어지고 국민 기본질서가 문란해진 상황을 포함합니다.
국방부는 관련 문건에서 "국가비상사태 시 무질서한 사회혼란 상황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계엄선포 시기의 조정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국방부는 군사 상황과 사회혼란 수준 등을 고려해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를 통해 충무 2종 사태 시에도 계엄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며 소극적으로나마 동의하는 취지의 회신을 했습니다.
국방부는 이후 2012년 5월 청와대 위기관리실, 행정안전부, 합동참모본부 실무자 등 8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회의를 열어 '계엄선포 시기에 융통성을 부여'하자고 거듭 제안했습니다.
다만 당시 회의에서도 국방부 측의 제안에 나머지 참석자들이 모두 난색을 보여 관련 법규를 개정하지는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안은 계엄의 주무 부서인 합참 계엄과가 아닌 국방부 기획조정관실 민정협력과가 주도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정협력과는 국회 연락 업무 등을 맡는 '정치적 부서'입니다.
국방부는 2011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종료 후 사후검토과제로서 계엄선포의 요건 완화를 추진했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10년간 UFG 사후검토과제로 계엄이 논의된 것은 그때뿐이었다고 김 의원은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