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지진 이후 포항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주택 소비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 눈길을 끈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들떠보지 않던 아파트 저층이 인기를 끌고, 신규 분양 현장에서는 '가격·웃돈' 대신 '안전'을 먼저 찾는 경향과 대형 브랜드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 6일 찾아간 포항 장성동에 공급한 '로열파크 씨티 장성 푸르지오' 견본주택. 평일 낮시간인데도 방문객 수백 명으로 북적였다. 여름철 비수기인 데다 올해 초 2차 지진 여파로 매물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던 충격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2017년 7월 DK그룹이 포항시에 공급한 '로열파크 씨티 장성 푸르지오'(1436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8대1로 마감했지만, 대지진 직후 올해 3월까지 계약 건수는 월 30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4~5월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4월 들어 방문객이 늘기 시작해 5월에는 65건, 6월에는 71건을 기록하면서 전체 가구 수 대비 계약률이 80%로 높아졌다. 분양업무를 담당하는 최호선 TGR 상무는 "3월까지 방문객이 하루 평균 50~60명에 불과했는데 지난달 들어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분위기 반전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견본주택 방문객인 고 모씨(38)는 "살고 있는 전셋집이 오래전에 지어져 내진설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기왕이면 지진에 안전한 새집이 끌린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포항시 최초로 '제진댐퍼' 공법, '스마트 지진감지 시스템' 등을 적용한 내진 1등급 아파트로 설계됐다.
제진댐퍼는 지진 충격을 흡수해 구조물에 가해지는 힘을 저감시킨다. 스마트 지진감지 시스템은 경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며 가스밸브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주차장 출입구를 열어 대피를 돕는다. 양성환 DK도시개발 과장은 "다른 단지와 달리 지진 이후에 지반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공사에 지진 여파가 없었다는 입소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기존 아파트의 단지별 월 실거래 건수가 기껏해야 2~3건 수준인 것을 비교하면 내진설계 유무에 따른 거래 양극화가 극명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신규 분양뿐만이 아니다. 기존 주택시장의 '로열층' 기준이 변하고 있다.
장성지구에 위치한 반올림공인중개사사무소 박동욱 대표는 "30층 아파트 기준으로 지진 전에는 수요자들이 15~20층을 가장 선호했는데 지금은 5~10층을 많이 찾고, 저층도 기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2월 2차 여진이 강하게 왔을 때 오전 5시여서 피난하는 데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다"며 "빨리 대피할 수 있는 낮은 층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중간층과의 가격 차도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브랜드 아파트'의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지역 건설사가 군림하던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장성동의 또 다른 A공인 관계자는 "S건설은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 호응이 높아 포항에서는 '포항의 래미안'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며 "그러나 지진 때 S건설 아파트 외벽에 금이 간 이후 대형 브랜드를 찾는 수요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포항 =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들떠보지 않던 아파트 저층이 인기를 끌고, 신규 분양 현장에서는 '가격·웃돈' 대신 '안전'을 먼저 찾는 경향과 대형 브랜드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 6일 찾아간 포항 장성동에 공급한 '로열파크 씨티 장성 푸르지오' 견본주택. 평일 낮시간인데도 방문객 수백 명으로 북적였다. 여름철 비수기인 데다 올해 초 2차 지진 여파로 매물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던 충격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2017년 7월 DK그룹이 포항시에 공급한 '로열파크 씨티 장성 푸르지오'(1436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8대1로 마감했지만, 대지진 직후 올해 3월까지 계약 건수는 월 30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4~5월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4월 들어 방문객이 늘기 시작해 5월에는 65건, 6월에는 71건을 기록하면서 전체 가구 수 대비 계약률이 80%로 높아졌다. 분양업무를 담당하는 최호선 TGR 상무는 "3월까지 방문객이 하루 평균 50~60명에 불과했는데 지난달 들어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분위기 반전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견본주택 방문객인 고 모씨(38)는 "살고 있는 전셋집이 오래전에 지어져 내진설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기왕이면 지진에 안전한 새집이 끌린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포항시 최초로 '제진댐퍼' 공법, '스마트 지진감지 시스템' 등을 적용한 내진 1등급 아파트로 설계됐다.
제진댐퍼는 지진 충격을 흡수해 구조물에 가해지는 힘을 저감시킨다. 스마트 지진감지 시스템은 경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며 가스밸브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주차장 출입구를 열어 대피를 돕는다. 양성환 DK도시개발 과장은 "다른 단지와 달리 지진 이후에 지반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공사에 지진 여파가 없었다는 입소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기존 아파트의 단지별 월 실거래 건수가 기껏해야 2~3건 수준인 것을 비교하면 내진설계 유무에 따른 거래 양극화가 극명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신규 분양뿐만이 아니다. 기존 주택시장의 '로열층' 기준이 변하고 있다.
장성지구에 위치한 반올림공인중개사사무소 박동욱 대표는 "30층 아파트 기준으로 지진 전에는 수요자들이 15~20층을 가장 선호했는데 지금은 5~10층을 많이 찾고, 저층도 기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2월 2차 여진이 강하게 왔을 때 오전 5시여서 피난하는 데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다"며 "빨리 대피할 수 있는 낮은 층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중간층과의 가격 차도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브랜드 아파트'의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지역 건설사가 군림하던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장성동의 또 다른 A공인 관계자는 "S건설은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 호응이 높아 포항에서는 '포항의 래미안'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며 "그러나 지진 때 S건설 아파트 외벽에 금이 간 이후 대형 브랜드를 찾는 수요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포항 =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