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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①] ‘허스토리’ 김해숙 “이런 아픔 처음, 감독 품에 안겨 엉엉 울기도”
입력 2018-07-09 12:33 
배우 김해숙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NEW
[MBN스타 김솔지 기자] 배우 김해숙이 영화 ‘허스토리를 떠올리며 울컥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실제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상상하기도 힘든 실존인물들의 아픔에 자꾸만 눈물이 왈칵 차오른다고.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사실 관부재판에 대해 몰랐었다. 감독님께서 실화라고 하는데 ‘진짜냐고 재차 물었었다. 감독님이 오래전부터 ‘허스토리를 준비하셨고, 작품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열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신뢰가 갔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과거의 아픔이 없어서 좋았다. 이분들이 과거에 겪었던 소녀시절은 너무나 많이 영화로도 보고, 얘기도 들어서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뉴스에서나 가끔 접하고 상상하지 않나. 그 후의 이야기부터 시작 됐다는 게 너무 좋았다.”

배우 김해숙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NEW


김해숙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자신의 상처를 공개하며 일본에 당당히 맞서는 할머니 배정길 역을 맡았다. 위안부 피해자로 분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더 느끼고 표현해야 했던 그는 하면 할수록 ‘내가 미쳤지할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다. 캐릭터에 빠져들면서 배우로서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야 했는데, 가면 갈수록 깊은 늪에 빠지는 것 같은 작품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극중 배정길은 자신의 아픔을 꾹꾹 누른 채 드러내지 않는 인물. 그러나 문정숙(김희애 분)의 설득 끝에 재판에 참여한 배정길은 재판 당일 증언석에 앉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아픔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김해숙은 해당 장면을 촬영했을 당시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감독의 컷 사인 이후 참았다가 터져버린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노력보다는 최선을 다했다. 재판실에 앉아 늘 기도했었다. ‘내가 이 장면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줘야지가 아니라 그분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는지 조금이라도 알게 해달라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당당하고 싶었다. 올고 싶지 않았다. 배정길 여사는 자신의 과거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인데 아들의 병원비를 위해 재판까지 서게 된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법정에 섰을 땐 절대 슬프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끝나고는 고개를 파묻고 우는데, 그때 정말 슬펐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한다. 촬영이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너무 많이 울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다. 이런 아픔은 처음이었다. 하면 할수록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

김해숙은 당시를 회상하며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울컥한다”고 전했다.

촬영 끝날 때쯤 무서운 마음에 감독님한테 힘들다 얘기하고 다음 작품도 함께 의논했다. 너무 힘들어서 쉬면 안 될 것 같다면서 걱정하셨다. 체력적으로 지쳐서 쉬어야 하는 게 맞는데, 나는 쉬면 위험할 것 같았다. 너무 빠져서 헤어 나오기 힘든데 다른 작품으로 잊어야 할 것 같아서 빨리 다른 작품을 찾으려 했다. 언론시사회때 감독님을 오랜만에 뵀는데, ‘괜찮냐고 묻더라. ‘많이 좋아져서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또 영화 보면 힘들어지면 어쩌죠라고 말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울컥한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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