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6일 뉴스초점-취업알선 '불'공정위?
입력 2018-07-06 20:10  | 수정 2018-07-06 20:46
이런 회사가 있습니다.
퇴직을 앞둔 직원을 위해 재취업 리스트까지 만들어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혹여 입사에 지장을 줄까 미리 관련 업무에서도 배제를 해주고, 심지어 그런 퇴직자를 모시고 싶다며 찾아오는 기업이 줄을 서는 곳.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은퇴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용직을 찾아 헤매는 요즘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죠.
공평하고 올바른 경쟁 사회를 위해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일명 '경제 검찰'이라는 이곳에서 기업을 감시하기는커녕 기업과 손을 맞잡고 있었습니다. 2010년부터 매년 10명 안팎의 4급 이상 퇴직 간부를 대기업에 취업시켜 줬거든요.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이내에 맡았던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엔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공정위는 퇴직을 2년 앞둔 이들은 경력을 따로 관리해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기업과 1:1로 연결해줬습니다. 말 그대로 직업소개소 역할을 한 거죠. 이들은 이를 관행이라고 말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었습니다. 특별히 필요한 인력은 아니지만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소송을 걸어야 할 때가 되면, 아무래도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게 유리할 테니까요. 때문에 고문 같은 직함만 준 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억대 연봉을 꼬박꼬박 지급해왔죠.

2011년부터 15년 사이 공정위가 대기업을 대변한 10대 로펌을 상대로 패소한 사건 554건 중 80%는 공정위 퇴직자가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공정위 패소율이 4.4%에서 37.5%까지 오른 것만 봐도 그 효과는 톡톡히 본 셈이죠. 사실 공정위와 기업의 유착 소문은 무성했습니다. 일각에선 로펌 등에 취업한 전직 공정위 직원들을 위해 일부러 공정위가 기업들을 대거 제소한다는 의혹까지 나왔죠. 전관예우 차원에서 말입니다.

다행히 이번 정부 들어선 이 관행 아닌 관행이 끊어졌다고 하지만 시작은 지금부터 입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국민들의 배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관련자들에게 엄히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이름값을 제대로 하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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