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수영(가명·35) 씨는 그동안 할인쿠폰이나 적립금, 특가판매, 경품 이벤트 등에 무심코 개인정보 활동에 대한 동의를 해왔다. 금융거래에 있어서도 이런 정보 동의는 개의치 않았다. 내 정보가 어디에 쓰이고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보다는 당장 사고 싶은 물건을 할인해주거나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다면 지금도 정보 동의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서창호(가명·34) 씨는 한 외제차 이벤트 현장에서 태블릿PC를 통해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각인된 열쇠고리를 무료로 준다는 말에 마음이 동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서씨는 해당 외제차 브랜드 전 계열사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 알림이나 영업사원 전화를 한동안 받아야 했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다양한 이벤트에 정보제공을 무심코 해왔기에 서씨는 어디서부터 정보제공 철회를 시작해야 할지 깜깜하다. 급기야 최근에는 개인정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대상에 올랐다.
이처럼 정보 주체가 무심코 또는 깜깜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인의 정보보호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의 무의식적이고 관행적인 정보제공 동의가 개인정보 범위와 보호에 관한 여러 담론을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센서로 수집되는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할 소지가 있더라도 별도 동의 없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916건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 사례를 바탕으로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의 내용을 대부분 확인하지 않는다' 답변이 63.8%에 달했다. '전혀 확인하지 않는다'도 13.0%나 됐다. 76.8%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서도 어떤 내용에 동의하는지 전혀 모르는 '묻지마'식인 셈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 잘 확인한다' 20.5%, '매우 잘 확인한다'는 2.7%에 그쳤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와 40대, 60대 이상에서 '깜깜이' 개인정보 제공이 두드러졌다. 이 연령층에서 '대부분 확인하지 않는다' 답변이 각각 65.0%, 65.5%, 67.8% 비율을 나타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는 해킹 등 유출 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경제적 피해도 유발한다. 개인정보가 지닌 경제적 교환가치에 주목해 특정 웹사이트가 보안에서 뚫리고 해당 개인정보는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월 평균 133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18.8%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당양한 개인정보를 활용한 사회공학적 기법으로 맞춤형 보이스피싱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양세훈 나이스평가정보 CB연구소 디지털사업2실 팀장은 "각종 스마트 기기가 활성화됨에 따라 화면에 표시되는 개인정보 동의 문구를 읽어보지 않고 동의하거나 내용을 듣지 않고 동의하는 경우가 더 증가할 수 있다"며 "진보된 기술 환경에 맞는 새로운 개인정보 동의 방식으로서 정보주체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동의의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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