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에 담그면 검은 종이에서 달러로 변한다는 '블랙 머니'가 있다고 한국인 여성을 속여 수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외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캐나다 국적 A(50)씨를 사기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지난 1월 페이스북에 '브라이트'라는 가상의 인물 계정을 만들어 한국인 여성 B(47)씨에게 접근했다.
브라이트는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이자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퇴역 예정 군인이라고 소개하며 B씨와 친분을 쌓았다.
이어 "퇴직금 300만 달러를 받기 위해 소송비가 필요하다"며 B씨에게 돈을 뜯어냈다. 또 300만 달러를 한국에 들여오려면 운반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B씨는 지난 1월 18일부터 3월 29일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3억8700여만 원을 송금했다.
이우 A씨 일당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이번엔 브라이트의 지인이라며 A씨가 외교관을 사칭하며 접근했다. 직접 한국에 들어와 지난달 8일 B씨를 만난 A씨는 여행 가방에 '블랙 머니' 300만 달러가 들어있다고 B씨를 속였다.
블랙 머니는 비자금 등의 불법자금을 은폐하기 위해 제작되며 정상 지폐에 화학약품을 칠해 검게 만든 뒤 다시 약품처리를 거치면 화폐로 사용이 가능하다.
A씨는 관광 비자로 국내에 입국해 블랙머니 제작용 종이가 든 가방을 B씨에게 보여주면서 "약품처리만 하면 거액의 달러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A씨는 블랙 머니를 지폐로 바꿔야 브라이트가 빌린 돈을 갚아줄 수 있다며 약품 구매비 명목으로 3만 달러를 요구했다. 하지만 가방에 들어있던 대부분 블랙 머니는 그저 검은 칠을 한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뒤늦게 의심이 든 B씨는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는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지난달 12일 피해자를 만나려고 용산역으로 갔다가 미리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덜미를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실정에 밝은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