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마트폰 발상지 실리콘밸리, IT전문가인 학부모들조차 자녀들의 사용 오히려 엄격 제한
입력 2018-07-01 18:36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안셀모(San Anselmo)에 위치한 프란시스 드레이크경 고등학교(Sir Francis Drake Highshool). 이 학교에서는 최근 각 학급 교실에 스마트폰 주머니를 연결한 모양의 '폰주차장(Phone Parking lot)'을 만들어 배치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실 한켠에 주머니를 만들어 놓은 것. 미국에서는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총기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부모와의 긴급한 연락을 위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학교에 오는 것은 막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업시간은 예외다. 스마트폰이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을 크게 방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학교 차드 스튜어트 교감은 "스마트폰의 알람이나 앱은 중독성이 강해 학생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는 판단이 섰다"며 "이제 전교생이 스마트폰을 놔두고 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실에서 폰을 못쓰게 하자 처음에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나타냈지만 곧 익숙해졌다.
한국이 날로 늘어나는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들을 방치하고 있는 동안 프랑스가 오는 9월부터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는 등 지구촌은 교육현장의 스마트폰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2세 이하 영아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2~18세 유아동과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에 과몰입시 부모와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앱을 만드는 엔지니어 학부모가 즐비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기술이 아이들에게 중독을 유발할 수 있으며 스스로 통제가 안되는 등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을 놓고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미 IT 전문매체 기즈모도가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 조사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공립학교에서 스마트폰 소지를 금지(학교 전체 또는 교실내 소지)한 비율은 66%에 달한다. 페이스북, 스냅챗 등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에 접근을 금지한 학교는 89% 정도다.
스마트폰을 자유로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치된 미국 내 학교는 많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이 학습집중도 저하나 사이버 왕따 같은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위치한 레인보우 스쿨(초등학교)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학교에 가져올 수는 있지만 교실에 오면 가방에 넣어 놓고 꺼내지 못하게 하도록 원칙을 만들었다"며 "필요하다면 교사 허락 아래 접근할 수는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도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도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해 자녀의 사용 시간 및 사용 목적 등을 감시하는 서비스 및 어플리케이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저가통신사인 UQ모바일의 경우 월 324엔을 내면 자녀들의 사용 어플리케이션과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놔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기본적인 사용량 확인 외에도 미리 설정된 위험 단어 등이 포함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문자메시지가 송수된 경우엔 자동적으로 부모에게 통지가 되는 기능도 제공한다. 한발 더 나아가 자년의 스마트폰에 케이스 형태로 장착하면 부모의 스마트폰을 통해 자녀의 휴대전화를 통제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여전히 폴더폰 판매량이 많은 일본의 특성상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해 폴더폰을 사주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기준 일본 휴대전화 판매량 중 폴더폰이 15% 가량을 차지한 것은 고령층과 함게 청소년층 판매도 한몫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것이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통해 자료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앱을 통해 개인화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물건이 아닌데 소지 제한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에 대한 준비가 안돼 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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