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헐값 코스피…삼성전자 10년전보다 저렴
입력 2018-07-01 17:16 
삼성전자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가치 평가 지표인 세전 영업이익 대비 시장가치(EV/EBITDA)를 분석해보니 삼성전자의 수치가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한신공영은 이익 증가율이 2배에 달하지만 삼성전자보다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와 지배구조 이슈, 주 52시간 근무로 인한 인건비 부담 등 국내외 정책 이슈들이 일부 우량 상장사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EV/EBITDA는 2.4배로 나타났다.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말(2.7배)보다 더 낮아졌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세금과 이자를 내지 않고 감가상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 EV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값)을 더해 산출한다. EV/EBITDA가 2배라면 해당 기업을 인수할 때 들어가는 투자원금을 2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처럼 수치가 낮을수록 해당 기업이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으나 PER에서 볼 수 없는 현금흐름까지 감안한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등 증시 선진국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쓰고 국내에서도 기업공개(IPO) 때 공모가 산정에 이용된다"며 "요즘처럼 금리 인상기나 주가 정체기에는 PER 대신에 봐야 할 주요 지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위한 모범규준이 이달 시행에 들어가면서, 저평가된 삼성전자 주가 방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 핵심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통합감독 시행 이후 삼성생명은 자본비율이 하락할 경우 자본을 확충하거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이 시뮬레이션한 삼성그룹 자본적정성이 아직까지는 통과 기준인 100%를 훨씬 웃돌고 있어 삼성전자 지분이 당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제조업 상장사(올해 기업 분할 및 합병사 제외) 191곳의 EV/EBITDA를 산출해보니 삼성전자보다 이 수치가 낮은 곳은 SK하이닉스(1.9배)와 한신공영(1.1배) 등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한신공영은 2010년 이후로 올해 수치가 최저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종목의 작년 대비 올해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이 모두 삼성전자의 2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20조2602억원에 달해 작년(13조7213억원)보다 4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이익이 나오는 D램 반도체 가격이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D램 반도체 가격도 전달(5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반도체 가격이 전달보다 하락한 것은 2016년 5월이 마지막으로 이후 2년 내내 가격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조원과 5조원을 넘는 것은 물론 시장 예상치도 넘어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이 종목 주가는 9.2% 올랐지만 EV/EBITDA는 여전히 1.9배에 불과하다. PER 기준으로 봐도 4.1배로 삼성전자(6.8배)보다 저평가 상태다.
중견 건설사 한신공영의 경우 1년이면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다. 코스피에 상장된 지 올해로 43년을 맞은 이 종목은 주택 토목 플랜트 등으로 사업 구조가 다각화돼 있고 2014년부터 자체 공사 사업 비중을 늘리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년 2조원 매출 대부분이 자체 사업에서 나왔다. 자체 사업이란 용지 매입에서 인허가, 분양, 사후관리까지 도맡아하는 것으로 단순 도급 시공보다 수익성이 2배가량 높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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