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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에 엇갈린 1·3루 환호성, 복잡했던 점수와 날씨간 함수
입력 2018-06-30 20:49 
30일 KIA와 두산 경기는 4회초 빗줄기가 굵어지며 한 시간 가량 중단되는 변수가 있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우천순연과 강우콜드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어떤 관점에서 숙명적인 부분이다. 프로야구에서는 빈번한 일. 다만 점수 차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면 판단에 있어 굉장히 미묘해지는 게 사실이다. 이날 모두가 가슴을 졸였다. 관중들 희비도 수차례 엇갈렸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간 경기. 전날(29일) KIA가 두산에 연장접전 끝 승리를 거둔 가운데 이날 경기는 다른 어떤 것보다 날씨에 촉각이 곤두세워진 상태였다. 전국이 장마권 영향에 들어있는 상황.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수도권 경기가 많았지만 시간이 거듭될수록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경기 중간 빗줄기가 굵어져 강우콜드가 될 상황이 어느 때보다 많은 상태였다.
그런데 경기 흐름이 묘했다. 1회말, KIA 선발투수 팻딘이 크게 흔들리더니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7실점을 했다. 단, 1회를 치렀을 뿐인데 승부 흐름은 두산으로 크게 넘어간 상태였다. 역전극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였던 게 사실.
전개가 이렇게 되자 경기와 날씨의 복잡한 수싸움이 작되고 말았다. 하나의 경기는 기본적으로 5회를 마쳐야 정식경기로 성립되고 승패가 가려진다. 그 이전에 콜드경기가 되면 노게임이 선언된다. 이기고 있으면 억울하고 지고 있으면 한숨 돌릴 수 있는 그러한 전개가 가능한 것이다.
양 팀 벤치의 느낌을 알 수는 없지만 객관적으로 KIA는 경기가 콜드게임으로 중단되도 손해 보지 않을 상황이고 두산 입장에서는 허무하게 결과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선발투수를 소진하고 타격지표에서 눈에 띄게 성과를 얻을 게 분명한 두산.
구름이 드리워지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예고 상에도 비가 내릴 예정이었다. 다만 KIA나 두산 측이나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하는 데 집중했다. KIA로서는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두산으로서도 승리 이상의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절실했을 터. 많은 관중과 시청층을 보유한 팀들 경기답게 특별한 장면 없이 경기가 흘러갔다. 다만, KIA는 이미 기울어진 경기 새 얼굴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 많았다.
두산이 초반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결국 경기는 4회초가 진행되던 6시15분께 중단이 선언됐다. 폭우가 쏟아졌다. 언뜻 경기를 재개하기 쉽지 않은 듯했다. 그러자 3루 쪽 KIA를 응원하는 관중들 사이에서 의외의 소득에 환호성이 나오기도 했다. 두산 쪽 팬들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두산 선발투수 조시 린드블럼은 의도를 파악하기 힘드나 직접 방수포 설치를 돕는 이색적(?)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팀 승리에 대한 간절함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 여가 흐른 뒤 상황이 반전됐다. 비가 점점 가늘어졌다. 이는 하늘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는데 두산 쪽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감지됐다. 경기가 재개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던 것이다.
이렇듯 희비가 몇 차례 엇갈렸다. 진심과 팬심이 담긴 팬들의 환호성이 이날 경기 묘했던 초중반 흐름을 대신했다.
하늘은 두산 편이었을까. 경기는 한 시간 여가 흐른 뒤 재개됐다. 비는 그쳤고 속개된 경기서 두산은 더욱 뜨거운 화력을 집중했고 최종 12-2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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