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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난 놈’ 신태용, 성공한 지도자일까 실패한 지도자일까
입력 2018-06-28 18:37  | 수정 2018-06-29 02:40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승 2패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탈락했다. 사진(러시아 카잔)=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카잔) 이상철 기자] 신태용 감독은 그의 소개대로 ‘난 놈이었다. 8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안겼다. 그것도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거뒀다.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통쾌한 반란이었다.
한국이 독일을 이긴 것은 2004년 12월 이후 14년 만이다. 월드컵에서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웃었다.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톱시드를 이긴 것은 처음이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은 분명 향상됐다. 독일은 한국의 끈끈함에 고전했다. 그리고 한국의 덫에 빠지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한국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독일이 방심할 부분을 역이용했던 것이 주효했다. 조별리그를 탈락했지만 독일전 승리만으로 대단한 업적이다.
그렇지만 신 감독에 평가는 엇갈린다. ‘카잔 대첩과 별개로 취임 후 1년간 신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갑론을박은 끊이지 않았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그의 거취와도 밀접해 있다.
지난해 7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임명된 신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한국축구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시켰다.
하지만 경기력 논란이 제기됐다.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1골도 넣지 못했다. 전략, 선수 구성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으며 E-1 챔피언십에서는 일본을 4-1로 대파하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시선을 지우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본선 조 추첨 결과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F조에 편성됐다. 다들 최악의 조에 걸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해보나 마나 3패 탈락”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기왕이며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으나 축구팬은 비관적이었다. 역대 월드컵 중 가장 기대가 안 되는 대표팀이라는 소리까지 했다.
이유는 분명 있었다. 경기력이 저조하니 기대감마저 떨어졌다. 권창훈, 김민재, 김진수, 이근호, 염기훈 등 부상자에 따른 전력 약화는 둘째 문제다. 선수 선발 및 기용에 대한 축구팬의 불만 및 불평도 커져만 갔다. 애초 신 감독에 대한 불신이 한 가득이었다.
독일전은 신 감독의 인생경기였다. 축구팬도 태극전사의 투지에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축구팬이 만족스러웠던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도 부진했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스웨덴과 첫 경기에 맞춰 준비 중이라며 자신감이 넘쳤다. 트릭이다”라며 공개적인 발언까지 했다. 스파이까지 출동하며 전개된 정보전에서 최대한 ‘비기를 숨기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상대는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오히려 플랜A 없이 옷만 새롭게 갈아입은 한국만 제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스웨덴전에서 너무 상대를 의식한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준비 부족이었다. 4년 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했지만 이번에도 이동거리에 따른 피로 여파가 있었다. 게다가 강철 체력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신 감독의 트릭 발언은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5월 14일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3전 전승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 통쾌한 반란을 일으켜 돌아오겠다. 국민 여러분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출사표를 밝혔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을지 모른다.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잘한 것인지는 의무부호가 따른다.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신 감독의 계약기간은 러시아월드컵까지다. 대한축구협회는 신 감독과 재계약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전임 감독제 도입 후 역대 월드컵 감독이 재계약한 사례는 없다. 2014년의 홍명보 감독의 경우, 당초 계약기간이 2015 아시안컵까지였다. 각종 논란에 따른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중도 사퇴했다. 신 감독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17 U-20 월드컵 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신 감독의 재계약을 두고 축구팬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호적이지 않은 쪽도 많다는 것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하더라도 삼류가 아닌 일류 외국인 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혁이 필요한 한국축구의 소용돌이에 신 감독이 서 있다. 그는 성공한 지도자일까, 아니면 실패한 지도자일까.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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