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속도로 땅굴 파고 46만1280ℓ 기름 훔친 일당 구속
입력 2018-06-28 15:53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묻힌 국가 소유 송유관에 구멍낸 뒤 46만ℓ가량 기름을 훔쳐 저가에 판매한 강모 씨(53)와 주유소관리인 박모 씨(56), 주유소 실소유주 최모 씨(55) 등 3명을 구속했다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박 씨 등 범행에 가담한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 일당은 지난해 4월 10일부터 8월 30일까지 충남 천안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묻힌 송유관에서 휘발유·경유 등 기름 46만1280ℓ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송유관에서 9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유소를 빌린 뒤 송유관에서 주유소 저장탱크까지 3m 깊이의 굴을 파고 고압호스를 설치했다. 이른바 '땅굴 작업'은 주로 인적이 드문 밤에 3인1조로 진행됐으며 낮에는 작업장을 나뭇가지 등으로 가리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판매 주유소 선정·임차 담당자와 송유관 천공(穿孔·구멍뚫기) 기술자, 주유소 실제 관리자와 명의상 관리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 범행에 나섰다. 강씨 등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주유소의 명의상 관리인과 실제 운영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범행 장소 주변에는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 감시하기도 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을 전담한 강씨는 고압호스에 진동감지센서와 압력계, 밸브 등을 설치해 훔친 기름의 유입 여부를 확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강씨는 2015년 4월 9일부터 11월 26일까지 경북 경주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기름을 훔쳐 내다팔다 수사기관에 적발돼 수배중이었다. 강씨는 천안에서 저지른 범행이 발각되자 달아났고 올해 3월 전남 여수에서도 땅굴을 파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구멍뚫린 송유관을 확인한 대한송유관공사의 제보를 받고 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던 강씨가 자칫 실수라도 했다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범행"이라며 "기름이 새서 주변 토양과 하천이 오염되는 환경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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