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카잔) 이상철 기자] 16강의 기적은 없었지만, 다른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세계 최강 독일을 격파했다. 꿈같은 일이 펼쳐졌다.
아르헨티나처럼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독일은 한국과 손잡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엄청난 센세이션이다. 전 세계 언론이 찬사를 보냈다. 망신은 한국이 아닌 독일의 몫이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승리를 거둔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그리스전(2-0) 이후 9경기 만이다. 무실점도 그리스전이 마지막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승리는 5번째다. 톱시드를 상대로 이긴 것은 최초다. 엄청난 쾌거다.
신태용호는 박수 받아 마땅했다. 기막힌 반전이다. 독일전 이전까지만 해도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경기력 부진과 함께 선수 선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선수는 인격모독까지 당했다. 그 가운데 최강팀과 겨루는 1% 희망 밖에 없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멕시코가 스웨덴마저 잡아줬다면 금상첨화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최고의 유종의 미였다.
분할 지도 모른다. 제대로 부딪혀보지 못했다. 권창훈, 김민재, 이근호, 김진수, 염기훈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이청용은 컨디션 난조로 제외됐다. 게다가 대회 도중 박주호, 기성용까지 다쳤다. 정상 전력은 아니다. 그 가운데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번 러시아월드컵이 최고의 월드컵으로 치부되기는 어렵다. 그럴싸한 포장지일 수 있다.
경기력은 분명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졌다. 선수들의 투지도 뛸수록 더 강해졌다. 지쳤음에도 뛰고 또 뛰었다. 무려 118km였다. 스웨덴전(103km), 멕시코전(99km)과 비교해 월등한 차이였다. 로스토프 나 도누만큼 폭염까진 아니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잔의 기온은 섭씨 28도였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독기가 없다고 비판에 시달렸던 대표팀이다. 축구팬은 독일전 직후 이제야 보고 싶은 축구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걸 다 쏟아낸 열정까지 부정할 수 없었다.
신태용호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짐을 정리한 후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마중은 26일 전 배웅과 다른 온도일 것이다.
지난 대회 우승국을 격파한 것은 칭찬 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실패를 덮을 수는 없다. 손흥민, 조현우와 더불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김영권도 사실 성적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번에도 조별리그 탈락했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계속 도전해야 할 텐데 다음에는 통과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느 월드컵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태용 감독도 부임 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갖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을 뒤흔든 잘못된 여론몰이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올바르게 나아가지 못했다.
과거 시절과 비교하기 어렵다. 적어도 지원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대회 직전 도착해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아니다.
냉정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나 펜을 잡은 축구인은 하나같이 쓴소리를 했다. 독일을 이긴 것이 천지개벽할 일이나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천지개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표팀만 향한 메시지가 아니다. 그 위를 가리키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약팀의 선전이 돋보인다. 한국도 여전히 투지로 맞섰다. 기본 전력은 처졌다. 세계축구의 주류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 선수의 개인 기량도 떨어진다. 이재성은 아무래도 개인 능력이 세계적인 선수들에 뒤지니 더 뛰고 더 협력해야 했다. 어려운 부분이다. 미래의 월드컵에서는 개인 능력을 발전시켜 좀 더 제대로 맞붙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4년 전도 이 같은 말이 나왔다. 한국축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게 큰 러시아월드컵이다.
세계축구는 빠르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건만, 한국축구는 같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승, 16강 등 결과물을 떠나 제대로 싸울 힘이 부족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4년마다 반복하고 있다.
냉정히 말해 경쟁력 부족이다. 독일전 승리가 모든 걸 덮을 수 없으며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1승을 올리기도 쉽지가 않다. 아니, 이제는 월드컵 무대에 오르는 것조차 벅차다. 두 대회 연속 턱걸이로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오래 전 같이 TV, 인터넷으로나 월드컵을 봐야 할 시대가 올지 모른다.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축구협회부터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뼈를 깎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세계축구지도에서 한국축구의 현 위치는 어디인가. 그리고 이 위치에 계속 만족할 것인가.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르헨티나처럼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독일은 한국과 손잡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엄청난 센세이션이다. 전 세계 언론이 찬사를 보냈다. 망신은 한국이 아닌 독일의 몫이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승리를 거둔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그리스전(2-0) 이후 9경기 만이다. 무실점도 그리스전이 마지막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승리는 5번째다. 톱시드를 상대로 이긴 것은 최초다. 엄청난 쾌거다.
신태용호는 박수 받아 마땅했다. 기막힌 반전이다. 독일전 이전까지만 해도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경기력 부진과 함께 선수 선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선수는 인격모독까지 당했다. 그 가운데 최강팀과 겨루는 1% 희망 밖에 없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멕시코가 스웨덴마저 잡아줬다면 금상첨화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최고의 유종의 미였다.
분할 지도 모른다. 제대로 부딪혀보지 못했다. 권창훈, 김민재, 이근호, 김진수, 염기훈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이청용은 컨디션 난조로 제외됐다. 게다가 대회 도중 박주호, 기성용까지 다쳤다. 정상 전력은 아니다. 그 가운데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번 러시아월드컵이 최고의 월드컵으로 치부되기는 어렵다. 그럴싸한 포장지일 수 있다.
경기력은 분명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졌다. 선수들의 투지도 뛸수록 더 강해졌다. 지쳤음에도 뛰고 또 뛰었다. 무려 118km였다. 스웨덴전(103km), 멕시코전(99km)과 비교해 월등한 차이였다. 로스토프 나 도누만큼 폭염까진 아니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잔의 기온은 섭씨 28도였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독기가 없다고 비판에 시달렸던 대표팀이다. 축구팬은 독일전 직후 이제야 보고 싶은 축구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걸 다 쏟아낸 열정까지 부정할 수 없었다.
신태용호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짐을 정리한 후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마중은 26일 전 배웅과 다른 온도일 것이다.
지난 대회 우승국을 격파한 것은 칭찬 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실패를 덮을 수는 없다. 손흥민, 조현우와 더불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김영권도 사실 성적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번에도 조별리그 탈락했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계속 도전해야 할 텐데 다음에는 통과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느 월드컵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태용 감독도 부임 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갖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을 뒤흔든 잘못된 여론몰이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올바르게 나아가지 못했다.
과거 시절과 비교하기 어렵다. 적어도 지원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대회 직전 도착해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아니다.
냉정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나 펜을 잡은 축구인은 하나같이 쓴소리를 했다. 독일을 이긴 것이 천지개벽할 일이나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천지개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표팀만 향한 메시지가 아니다. 그 위를 가리키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약팀의 선전이 돋보인다. 한국도 여전히 투지로 맞섰다. 기본 전력은 처졌다. 세계축구의 주류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 선수의 개인 기량도 떨어진다. 이재성은 아무래도 개인 능력이 세계적인 선수들에 뒤지니 더 뛰고 더 협력해야 했다. 어려운 부분이다. 미래의 월드컵에서는 개인 능력을 발전시켜 좀 더 제대로 맞붙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4년 전도 이 같은 말이 나왔다. 한국축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게 큰 러시아월드컵이다.
세계축구는 빠르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건만, 한국축구는 같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승, 16강 등 결과물을 떠나 제대로 싸울 힘이 부족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4년마다 반복하고 있다.
냉정히 말해 경쟁력 부족이다. 독일전 승리가 모든 걸 덮을 수 없으며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1승을 올리기도 쉽지가 않다. 아니, 이제는 월드컵 무대에 오르는 것조차 벅차다. 두 대회 연속 턱걸이로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오래 전 같이 TV, 인터넷으로나 월드컵을 봐야 할 시대가 올지 모른다.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축구협회부터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뼈를 깎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세계축구지도에서 한국축구의 현 위치는 어디인가. 그리고 이 위치에 계속 만족할 것인가.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