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기술주 급락 쓰나미…코스피엔 미풍?
입력 2018-06-26 17:41  | 수정 2018-06-26 19:20
미·중 무역전쟁이 반도체 업종을 덮치면서 정보기술(IT) 업종 비중이 높은 코스피도 힘을 쓰지 못했다. 다만 오후 들어 기관이 매수세를 키우면서 가까스로 2350선을 지켰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6포인트(0.3%) 떨어진 2350.92에 마감했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사자' 행보를 보였지만 외국인 매도세에 지수 상승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가증권시장 마감 기준 개인과 기관은 각각 1169억원, 2678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3237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그 가운데 전기전자 업종만 173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H지수, 대만 자취엔지수도 0.4~0.8% 떨어졌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무역분쟁 우려가 심해지자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한 것이다.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우려는 25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1.3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37%), 나스닥지수(-2.09%) 등 뉴욕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13%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매출 비중은 약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서 연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는 마이크론 주가는 6.9% 하락했고 중국 매출 비중이 20% 이상인 인텔 주가는 3.4% 떨어졌다.
이와 맞물려 국내 IT 업종도 장 초반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KRX반도체지수는 이날 장중 1.7%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며 전 거래일보다 0.2% 하락 마감했다. KRX반도체지수는 6월 들어서만 약 7%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도 장중 1.6% 하락했지만 막판에 0.75% 상승 마감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IT 업종이 타격을 받으면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IT 업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우려까지 겹쳐 외국인 자금 유출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638억원) SK하이닉스(448억원) 등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삼성전자(943억원)와 SK하이닉스(131억원) 등을 사들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IT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던 변수였다"며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비수가 될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당분간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포감으로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25일 하루 만에 26% 급등한 바 있다.
이날 증시 부진은 반도체 업황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것인 만큼 그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한국 증시에 부담 요인"이라면서도 "업황 둔화가 아니라 무역분쟁 이슈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어서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사실 무역분쟁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바뀔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미국 기술주가 미국 기업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IT 기업도 실적 기대감이 높은 종목 위주로 저가 매수가 들어올 수 있다"며 "최근 환율이 달러당 1110원을 넘어서는 등 반도체 업종 실적에서 환차익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중 무역분쟁 우려만으로 글로벌 시장을 흔들기는 어렵다"며 "미국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알파벳) 기업들의 상승 여력이 적어도 4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적극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포인트(0.55%) 내린 831.40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740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50억원, 210억원 팔았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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