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22일 뉴스초점-괴물이 된 13세 소년
입력 2018-06-22 20:09  | 수정 2018-06-22 20:42
'운전하면서 바람을 쐬면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진다.'

이달 초 경찰서에 붙잡혀온 13살짜리 아이가 한 말입니다. 이 아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1년도 채 안 돼 40차례 이상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고작 13살 나이에 뭐가 그리 답답해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많이 훔쳤을까요.

아빠는 감옥에, 엄마는 재혼하면서 사실상 연을 끊다시피 했고, 유일한 보호자인 외할머니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를 돌보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라 해도 잘못 야단을 쳤다간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할 수 있으니 못 본 척하는 게 최선이라고, 경찰은 아이가 미성년이라 보호자 입회 하에 조사를 해야 되는데 부모와 연락이 되질 않으니 번번이 그냥 풀어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가정과 학교는 무책임했고 경찰은 무기력했습니다. 가정에서 버려지고 사회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분노와 절박함을 범죄로 표출한 겁니다.

사실 이 아이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줄 사람이 있긴 합니다. 보호관찰관.
만 14세 미만은 구속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년법에 따라 봉사활동이나 소년원 송치 같은 보호처분을 하는데, 이 아이는 소년원에 있다 1년간 보호처분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을 정기적으로 만나 상담도 하고 필요한 도움도 받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보호관찰관을 찾아갈 리 만무. 문제는 보호관찰관 역시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서야 아이의 재범 사실을 알 만큼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준, 보호 관찰관 1명이 관리해야 하는 소년범은 자그마치 134명, OECD 평균인 27명보다 5배나 많으니 그럴 수밖에요.

미국은 보호관찰관과 함께 민간 자원봉사자를 대거 영입해 대상자들의 교화와 처우개선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사회봉사, 교육 등 분야별로 보호관찰소를 따로 만들어 각 대상자별로 전문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요. 우리도 지난해 상담 전문가와 퇴직 교사 등 680명을 명예 보호관찰관으로 위촉했지만, 아직은 너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소년범죄를 줄이기 위해 당장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학교에서도 소년범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하지만 이보다도 먼저 해야 하는 건, 답답함에 몸부림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겁니다.

아이는 미성숙하지만 그만큼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존재입니다. 가정이, 학교가,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보살피고 교육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얼마든지 좋게 바뀔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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